[새 보조금법 제정 그 이후](상)보조금 경쟁 막 올랐다

 앞으로 2년간 이동통신 시장의 틀을 바꿔놓을 단말기 보조금 규제 환경이 만들어지게 됐다. 지난 4개월여간 정보통신부와 국회, 업계의 끝없는 논란을 불러왔던 정부의 보조금 규제 2년 연장 방안이 15일 난상토론 끝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이제 이동통신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달라질 보조금 규제 정책의 주요 내용과 이에 따른 시장 변화 양상, 또한 예상되는 부작용과 보완책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집중 진단해본다.

 

 단말기 보조금이 내달 27일부터 확 풀린다.

 그동안 불법이지만 음성적으로 지급돼온 단말기 보조금이 합법화 됨에 따라 보조금 경쟁이 새 전기를 맞았다. 법안대로라면 한 이동통신 회사에서 1년6개월 이상 사용한 사람에게는 보조금을 합법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치로만 보면 전체 3851만명의 가입자의 63%인 2416만명이 대상이다. 올 연말께면 70% 이상, 내년 이맘 때쯤이면 가입자의 90%가 보조금 지급 대상이라는게 정통부의 추산이다.

 이들은 특히 다른 이동통신사로 서비스를 바꿔도 신규 가입자로 적용받지 않고 장기 가입자로 간주돼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다. WCDMA·와이브로 등의 신규 서비스 가입자는 가입 기간과 무관하게 단말기 가격의 40%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부터는 보조금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무엇이 달라지나=이날 전체회의를 통과한 정통부 수정안은 단말기 구입 비용 지원 대상 가입자 기준을 1년6개월 이상 가입자로 명시했다. 3세대 이동통신(WCDMA) 등 신규 서비스를 제외하곤 보조금을 전면 불법화했던 종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통부와 사업자도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나선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보조금 지원의 기준·한도 등을 정통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이를 이용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특히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에게 보조금 지급 규모를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 관행을 막기 위해 별정통신 사업자도 3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지원 기준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사업자들은 1년6개월이라는 가입자 기준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를 관리해야 하고, 통신위원회나 다른 사업자가 요청하면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시장 영향은=무엇보다 보조금 규제가 대폭 완화됨으로써 3개 이동통신사의 시장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1년6개월 이상 가입자 비중은 SK텔레콤이 70%에 이르고 KTF와 LG텔레콤도 각각 56%, 51%에 달한다.

 가입자 확보전이 불붙으면 당장 가입자 규모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이 불리하다. KTF·LG텔레콤 역시 절반 이상의 가입자가 몰려있는 만큼 막강한 화력을 갖춘 SK텔레콤과의 전면전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조금 규제가 사실상 사라지더라도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기는 하겠지만 종전과 크게 다른 과열 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 양종인 연구위원은 “3사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 가입자가 방대한 만큼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초래할 일은 자제할 것”이라며 “특히 1년 6개월로 지급 기준이 늘어나면서 LG텔레콤 등 후발 사업자들의 입지도 상당히 축소됐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남은 절차는=산고 끝에 ‘2+1.5안’이 통과됐지만 현행 법 일몰 시한인 내달 26일까지 몇몇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우선, 이동통신 3사는 보조금 지급 기준을 담은 약관을 마련, 정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통부도 새 법 발효까지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세부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진대제 장관은 “보조금을 완전히 풀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정부안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보조금 규제가 연장된 앞으로 2년간 정통부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려 시장이 제대로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박승정·서한기자@전자신문, sjpark·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