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판에 새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이 떴다.’ 이제 나이가 만 15세에 불과한 중학생 프로게이머 염보성(POS소속)을 지칭하는 얘기다. 염보성은 지난 1일 저녁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온게임넷 K·SWISS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 최종 1위결정전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던 ‘몽상가’ 강민을 꺾고 차기 스타리그 4번 시더로 결정됐다.
작년까지만해도 팀리그인 스카이 프로리그에서 깜짝 승리하며 ‘꿈나무’ 정도로 인식돼온 염보성. 그는 이제 최연소 스타리거라는 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시드를 받고 스타리그에 입성,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10대 중반의 앳띤 사춘기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염보성. 그는 태어난지 이제 만15년10개월3일로 온게임넷 스타리거 사상 가장 어린 선수로 남게됐다. 지금까지 스타리그에 출전한 선수중 최연소 기록은 하나로통신배 스타리그에 진출했던 김슬기(만 15세11개월)였다.
그 다음이 삼성전자 칸의 이창훈(17세)이다. 수 백명의 프로게이머들에겐 ‘꿈의 무대’로 통하는 스타리그 진출이 갈수록 치열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염보성은 내친 김에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 봄에 개막하는 차기 스타리그에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그가 앞으로 스타리그에서 올리는 1승 1승이 다 기록 그 자체다.
만약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다면, 첫 스타리그에 진출해서 단번에 우승하는 선수를 일컫는 ‘로열로더’에 오름과 동시에 난공불락의 최연소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단 4번 시더로서 같은조에서 싸울 선수 선택권을 확보한 데다, 지난 듀얼 1라운드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강자들을 모조리 제압,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괴물테란’ 최연성과 ‘퍼펙트 테란’ 서지훈을 섞어놓은 것 같다.” 작년 프로리그와 듀얼 1라운드에서 염보성의 경기를 지켜봤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연성의 물량과 서지훈의 완벽한 경기 운영 능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얘기다.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경기가 강민과의 듀얼 1라운드 1위 결정전. 비록 ‘테란의 초반 방어가 어렵다’는 신한개척시대 맵에서 열린 4번째 경기에선 강민의 초반 사업 드래곤 러시에 힘 없이 무너졌지만, 최종전에서 특유의 물량과 운영을 과시했다. 강민의 보증수표인 초반 리버 드롭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염보성은 빠른 확장과 탱크·벌쳐·골리앗 조합의 매카닉 유닛을 쏟아낸 뒤 강력한 조이기와 섬세한 콘트롤로 강민의 주력 병력과 앞마당을 파괴하며 ‘gg’를 받아냈다.
염보성이 ‘앙팡테리블’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또 하나의 근거는 그 만의 노련함과 배짱이다. 이번 듀얼 1라운드에서 염보성은 첫 출전한 16세의 소년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노련함을 마음껏 보여줬다. 재재경기까지 가는 혈전끝에 KTF의 대표 저그유저인 홍진호와 조용호를 제압하며 1위 결정전에 오를 때도 그랬고, e스포츠계 대표적인 강심장의 소유자 강민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첫 경기에서 몰래 2배럭에 의한 도박적인 기습 바이오닉 전술로 서전을 장식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POS 하태기감독은 “3, 4경기를 내주고도 긴장하지 않은 염선수의 배짱이 듀얼 1라운드에서 1위에 오르는 데 한 몫 단단히 했다”고 말했다. 온게임넷 엄재경해설은 “첫 출전한 선수가 맞느냐”고 반문했다. 염보성 스스로도 “별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염보성이 최연소 스타리거로서 스타덤에 오르면서 가장 기뻐한 사람중 하나는 POS 하태기 감독일 것이다. ‘2005 스카이 프로리그’에서 삼성, 지오, 팬택 등과 함께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막판까지 경합하다 뒷심 부족으로 탈락했던 하 감독으로선 염보성의 급성장으로 다음 시즌엔 훨씬 강력한 팀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POS는 사실 지난 프로리그에서 저그의 지존인 ‘투신’ 박성준과 新 3대 프로토스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지호라는 양박(兩朴) 체제로 운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젠 염보성이란 걸출한 신예가 등장하면서 3대 종족 모두 에이스급 선수를 확보, 당장 다음 프로리그엔 어떤 팀과 상대해도 부족하지 않은 막강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태기 감독은 “POS의 목표는 항상 우승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당장엔 감독 이하 모든 코칭 스태프가 염 선수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SWISS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 1위 결정전 마지막 5차전이 끝나고 강민과 염보성의 희비가 교차됐다. 차기 스타리그 4번시드를 결정전에서 16세 신예에게 빼앗긴 강민의 이마엔 땀방울이 비쳤고, 프로토스의 자존심 강민을 꺾고 최연소 스타리그 진출이란 대기록을 작성한 염보성은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경기 중에도 그랬듯 경기 후에도 그는 결코 긴장하거나 흥분하지 않는 배짱을 과시하는 듯했다.
- 최연소 스타리거가 된 소감은.
▲ 그런 특별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기쁘다.
- 승리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준비해 갔던 전략이 잘 먹혀들었던 것같다.
- 3·4경기에서 연패했는데, 긴장하지는 않았나.
▲ 4경기에 패했을 때 까지만 해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마지막 경기에 들어가니 조금 긴장됐다.
- 하 감독은 우승이 목표라고 하던데.
▲ 우선 개막전 승리다. 개인적으론 8강에 오르는게 목표다. 감독님 얘기대로 우승하면 몹시 기쁠 것 같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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