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부품·소재 의존도 갈수록 심화
엔화 약세로 IT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지키던 국산 IT제품들이 최근 엔화 하락으로 수출시장에서 자리를 잃는 등 심각한 ‘엔저 피해’를 보고 있다.
1일 원·엔 환율은 822원으로 최근의 추세라면 800원선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일 수입단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이제 불씨를 피운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존립기반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IT업체들의 대일 부품·소재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06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월 수출은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월 수출액은 234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고 수입액은 228억3000만달러로 17.6% 늘어나 무역수지는 5억9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출 한 자릿수 기록은 최근 급락한 원·엔 환율이 주 요인으로 원·엔 환율은 2004년 말 100엔당 1012.07원이던 것이 2005년 말 859.90원에서 지난달 말 824.94원까지 떨어졌다.
신동식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1월 수출증가율 한 자릿수의 원인은 엔저로 인한 국산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올해 들어 엔화의 하락 속도가 다른 통화보다 빨라 대일 무역적자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해 말까지 대일 무역적자(누적)는 총 2530억달러에 이르며 2002년 101억달러, 2003년 190억달러, 2004년 244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240억달러에 이르는 등 외환위기 이후 무역적자가 가파르게 상승해 최근 2년에는 연속적자가 240억달러를 넘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지난 1월 3만5000개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엔저 지속과 급격한 원화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적자수출에 직면해 있고, 6%는 이미 수출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역협회가 조사한 중소 수출기업의 수출의욕을 나타내는 수출활동률도 지난해 30.8%로 2004년에 비해 2.2% 하락했다.
최근 엔저로 인한 대일 소비재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1월 20일 기준) LCD TV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 늘었으며 PDP TV는 15.9% 증가했다.
전자게임기와 식기세척기는 2004년 각각 485만1000달러, 3만3000달러에서 지난해 11월까지 5536만1000달러, 20만6000달러어치가 수입돼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산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의 수출증가율 둔화는 제품경쟁력 약화보다는 조직적이지 못한 외환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며 “국가경제 버팀목인 수출 등 실물경제를 무시한 금융정책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환율정책에 합심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외환당국이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