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기기는 TV와 통하기 나름"

 ‘TV와 통하라.’ 주변기기 업체들에 떨어진 ‘특명’이다. PC에 이어 그래픽카드·리모컨 등 주변기기 업체들도 TV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TV에 연결해 고선명(HD) 화면을 볼 수 있는 ‘TV아웃 기능’이 그래픽카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고, PC 못지않게 TV를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 소프트웨어, 심지어 PC뿐 아니라 TV·에이컨 등을 통합해 제어하는 리모컨도 선보인 상태다. 인텔의 디지털홈 플랫폼 ‘바이브’가 출시되면서 주변기기와 TV 간 연동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TV를 잡아라=가장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곳은 그래픽카드 시장. 이전에는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때 성능과 가격을 우선시했다면 최근에는 TV아웃 기능이 대세다. 5만원대 저가 제품에서도 TV아웃 기능을 기본으로 지원한다. 전체 유통되는 그래픽카드 중 절반 이상이 TV아웃 기능을 제공할 정도.

 이엠텍 등은 아예 소비자를 위해 리모컨 회사와 제휴, TV를 통해 그래픽카드를 제어할 수 있는 제품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이엠텍 측은 “소비자 문의 중 30% 이상이 TV와 연결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GMC·개풍전자와 같은 PC케이스 업체도 TV와의 연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단순 PC케이스로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아이몬·TV스테이션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 제어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MS 미디어센터 에디션(MCE)처럼 영화·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를 리모컨으로 제어하고, 가전기기와 같은 IR무선 방식으로 TV를 컨트롤할 수 있다.

 정동관 사운드그래프 사장은 “멀티미디어PC가 나오면서 TV와 연동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리모컨은 2.4㎓ 무선 방식을 사용,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PC와 TV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바이브, TV 연동의 정점=인텔이 디지털홈 플랫폼 ‘바이브(Viiv)’를 내놓으면서 주변기기와 TV의 인터페이스는 한 단계 진화했다. 바이브가 PC를 중심으로 가정의 디지털 기기를 묶는 개념인 만큼 통합 리모컨·키보드 등 입력장치를 원활히 연결해 줄 수 있는 주변기기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

 TV와 연동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PC와 TV를 무선 연결하는 오디오·동영상 중계기가 나오고 PC와 TV를 유선으로 연결하는 AV 케이블의 전송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 업체는 바이브에 자사 제품이 탑재되면 시장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인증 획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텔코리아 측은 “바이브 인증은 말 그대로 바이브 플랫폼에 최적화됐다는 것을 인텔 측이 인정하는 것”이라며 “2∼3개 국내 업체가 이를 위해 인텔 본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표준이 관건이다=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주변기기가 늘면서 TV와 만남은 더욱 끈끈해지고 있다.

 노트북PC는 이미 TV아웃 기능이 기본으로 자리잡았고, 디빅스 제품은 아예 PC보다 TV 연결을 강조하면서 히트상품이 됐다. 여기에 MS가 디지털홈을 겨냥해 출시한 미디어센터PC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600만대 정도 보급되면서 PC의 가전 기기화가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장밋빛 시장의 전제를 ‘표준’에서 찾고 있다. 지금은 리모컨·키보드·마우스는 TV와 연결을 위해 블루투스·적외선(IR)·무선주파수(RF)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표준 선점을 위해 브이엘시스템·개풍전자 등 국내 업체는 오는 3월 독일 하노버에 열리는 ‘세빗2006’ IT박람회에 제품을 대거 전시한다.

 최동환 엠지시스템 팀장은 “TV와의 연결은 PC 주변기기의 대세지만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가 관건”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늦어도 내년에는 표준 연결 방식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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