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시작으로 생체인식 신분확인 기술을 출입국 관리에 적용하는 움직임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체인식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해외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기술·표준시험인증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았고, 외교부 생체여권 도입 등 국내 공공 프로젝트가 정체돼 있어 자칫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 생체인식 신분확인 올해 본격화= 미국은 올해 10월부터 27개 비자면제국을 대상으로 자국 입국시 생체정보가 입력된 여권을 이용토록하는 US비지트(VISIT)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덴마크,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이 생체여권을 발급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도 올해말부터 외국인의 지문정보에 의한 출입국 심사를 적용할 계획이며 호주도 지문·얼굴·홍채인식으로 정밀한 출입국심사를 하는 생체인식 시범운영을 발표했다. 미국에 이어 EU도 EU비지트 프로그램을 이르면 올해부터 착수키로 하는 등 생체인식을 출입국시 신분확인 수단으로 적용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미국의 제도 시행 시점에 맞춰 본격화되는 추세다.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 프랑스, 미국 등이 US비지트 프로그램을 위한 ICAO의 표준화 시험, 전자선원증 시험 등을 주도하면서 미래 신분확인 주요 인프라로 떠오른 생체인식 기술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직 잠잠= 우리나라 정부도 올해부터 해수부의 선원신분증명서에 생체인식을 도입하는 등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고 있지만 외교부의 생체여권 등 주요 국가프로젝트는 원칙적인 도입방침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외교부는 최근 신여권 발급을 시작해 2008년경 예상되는 미국 비자면제 협정체결시 여권을 또 다시 교체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신여권 발급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생체인식 여권 도입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몇몇 공공프로젝트의 지연으로 국내 전문업체들은 관련 사업계획을 접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지문인식 벤처 대표는 “국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온 회사들은 다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망하기까지 했다”며 “생존을 위해서 공공프로젝트와 관련 표준화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하고 모듈 등 단품 수출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추세대응, 중장기 계획 마련돼야= 정부는 오는 5월 바이오인식 정보시험센터를 설립해 뒤처진 인프라 확보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시험센터는 △제품 성능·표준화 인증 △공공기관 시범사업 기술자문 △시험기관 국제협력 체계 구축 등의 기능을 하게 된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한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인해 국가 프로젝트의 조기실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재성 KISA 팀장은 “외국 생체인식 인증기관과 협약을 맺어 국내인증만으로 외국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동 정통부 정보보호정책과장은 “세계 각국이 생체인식을 출입국관리에 도입하는 추세에 맞춰 표준화와 인프라 구축 등에 주력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생활에 어떤 형태로 도입하고 어떤 수준까지 정보를 보호해야 할지를 먼저 논의해야 정부차원에서 자세한 일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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