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06-대기업·중견기업(Ⅰ)]컨버전스시대 주도권 쟁탈전 막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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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술년 새해를 맞는 통신·방송서비스사업자와 장비·솔루션기업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아날로그적 사고가 지배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통·방시대가 저물고 컨버전스(융합)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회를 슬기롭게 맞이하는 기업은 융(隆)의 기운을 타고, 이에 대비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기업은 생존조차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릴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IT산업의 기술환경적인 변화와 경영 환경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해 IT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이 많았다. 고유가와 환율 등 거시경제의 불안, 내수부진, 세계 IT경기 부진, 반도체·LCD의 가격하락 등 다양한 요소가 혼재돼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산업 전반에 어두움을 드리우는 요소들이 그대로 통신시장에 전이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선통신서비스 시장은 특히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증가세 둔화, 유선시장 매출 감소 등 외형적인 변화가 녹녹치 않다. 지난해는 인터넷전화(VoIP) 등의 매출증가에 힘입어 소폭의 성장세를 타기는 했지만 화려했던 옛 영화(?)를 되찾기엔 역부족이다. 유일하게 주력사업으로 성장, 탈출구 역할을 톡톡히 해줬던 초고속인터넷도 시장포화와 경쟁 격화로 상당 부분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유선통신사들은 이에 따라 새해에는 부대비용 절감 노력에 힘을 기울이면서 신규 서비스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KT는 초고속인터넷 시장 수성에 나서면서 와이브로 등 신규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인 반면, 하나로텔레콤은 인터넷전화(VoIP)·초고속인터넷 등을 앞세워 결합서비스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들 또한 가입자 유치, 비용절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선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도 만만치 않다. 이통3사가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소폭의 가입자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요금인하 압력에 따라 수익성 감소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위성 및 지상파DMB서비스의 본격화에 따른 부가서비스 시장의 영향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새해에는 WCDMA(HSDPA)서비스의 본격화에 따라 이 부문 경쟁도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2년만에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거둔 방송계는 다소 안도를 하면서 새해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방송서비스 시장은 전년에 비해 12.6% 가량 성장했다. 스카이라이프·위성DMB 등 위성방송 매출액 증가라는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에 있어서, 성장의 흐름을 탔다는 점에서 업계는 한층 고무돼 있다.

 올해에는 MSO들이 대거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통신사업에 깊숙히 밀고 들어올 전망이다. 특히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결합서비스 제공 전략’을 내세우면서 이들 MSO들의 위력은 기대 이상의 파괴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방송사 역시 지상파DMB의 전국화를 꾀하면서 이 부문 시장이 대폭 확대되면 광고수익 등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법·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결합서비스도 통신과 방송시장의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분야의 후발사업자와 방송분야의 MSO들이 새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기존 서비스에 대한 잠식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본격화되지 않고 있지만 경쟁이 격화돼 어느 한 사업자가 치고 나갈 경우 시장 판도의 주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특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방송 장비·솔루션 업체들의 병술년 새해는 희망적이다. 유선통신사가 BcN 등 대거 차세대망 구축에 나서면서 설비경쟁이 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VoIP망의 확대 구축과 업그레이드 수요도 만만찮다. 이동통신사들 또한 초속하향패킷접속(HSDPA)망 구축경쟁이 일면서 설비투자에 대거 나설 예정이다. 기지국·중계기 장비 등의 수요가 예상된다. 방송사의 송신소 구축 및 기지국 구축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업체들 역시 기대감이 묻어난다. 그동안 카메라·MP3플레이어 등이 휴대폰 안으로 들어오면서 교체수요와 신규수요가 한꺼번에 유발된데다, 최근에는 DMB까지 시장에 가세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지상파DMB 단말기의 경우 물량이 달릴 정도로 시장의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해외시장의 수요도 더욱 주시의 대상이다. 카메라폰·MP3플레이어폰 등 기존시장이 여전이 매출의 중심이 되겠지만 와이브로·DMB 등 신규폰의 수요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신규 폰을 전략폰으로 선정,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게임산업계 역시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는 통신사들이 100Mbps급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이에 걸맞는 대형 게임으로 시장 주도권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이미 일부 게임업체는 병술년 한해를 사운을 건 도약의 해로 규정, 벌써부터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