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ERP, 한중일 `실크로드` 개척 나선다

 국산 전사자원관리(ERP)업체들이 새해 중·일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

 국내 중소기업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토종 ERP업체들은 한국을 거점으로 중국과 일본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중국은 국내 ERP업체들의 대표단체인 한국ERP협의회 차원에서 중국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용우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진출하고, 일본은 영림원소프트랩·창해소프트 등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업체들이 각개격파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국내시장과 달리 SAP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영향력이 작아 커스터마이징이 강한 국내 ERP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ERP업계는 올해가 중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ERP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진출, 협회가 앞장=한국ERP협의회는 다음달 용우소프트 등 중국의 ERP업체들과 모임을 갖고 중국 진출 방안에 관해 논의한다. 현재 용우소프트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비즈넷 외에도 미래소프트와 비디에스인포컴이 이 자리를 통해 중국 진출을 공식 선언한다.

 중국 ERP시장은 60만 고객을 확보한 용우소프트를 정점으로 중국 ERP업체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SAP·오라클 등 외국계 ERP업체들은 최근 중국시장에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로컬 업체들의 벽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ERP업체들은 독자 진출보다 중국 업체들과 손잡고 외국계 ERP업체들을 협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김용필 한국ERP협의회장은 “다음달 용우소프트 외에도 중국 ERP업체들과 만나 협의회 차원의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새해는 한국 ERP의 중국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ERP협의회와 더존다스 등 별도로 지사를 설립한 국내 ERP업체들이 중국에서 올해 100여개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기술력으로 뚫는다=영림원소프트랩은 새해 벽두부터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년간 일본시장 진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일보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2∼3월에 일본의 제조업체와 ERP 공급계약을 할 것”이라며 “새해 일본에서 10여개의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03년 현지 시장조사에 착수해 지난해 일본용 ERP를 개발, 새해 공급에 나선다. 김 전무는 “일본은 브랜드보다 기술력을 중시하는 시장”이라며 “제조업이 발달한 일본은 한국 업체들에 유리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2∼3년 내 일본 시장점유율 5%를 달성, 아시아 대표 ERP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건설 ERP 1위 업체인 창해소프트도 새해 일본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달 일본의 건설관련 소프트웨어업체인 교에이산업과 총판대리점 계약을 하고 일본에 진출한 창해소프트는 새해 일본시장에서 매출 1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민남 창해소프트 사장은 “일본 건설 ERP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 개발과 파트너 선정 등에 2년여를 투자했다”며 “이 제품은 일본 중소 건설업체용으로 별도의 커스터마이징 없이 패키지로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외산과 쟁패=국내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SAP 등 세계적인 ERP업체들이 토종 기업들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중소기업 시장에 진출하자, 국내 업체들이 역으로 외국계 기업의 안방인 대기업 시장 진출을 꾀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외국계 업체들과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더존다스는 새해 마이크로소프트의 64비트 운용체계(OS) 출시에 맞춰 자사 중소기업용 ERP를 대기업용으로 업그레이드해 외국계 기업과 정면 대결한다.

 이강수 더존다스 전무는 “4000개 중소기업 고객을 기반으로 새해에는 대기업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며 “대기업 시장에서 통해야 해외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파워 등 국내 주요 ERP업체들도 새해 대기업용 ERP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내려오는 외국계 기업들이 매출 1000억원 이상 중견기업 시장에서 기선잡기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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