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붐을 이뤘던 코스닥 등록 부품업체의 인수합병 결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동종 업체끼리의 인수합병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인수합병 후 실적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치는 사례도 있다.
이는 전략적으로 명확한 청사진이 아닐 경우 분야별로 세분돼 있는 부품업종 특성상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들어 부품업종의 인수합병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수합병 후 실적은 뒷걸음=올해 6월 동국제강이 코스닥 대표 부품업체 중 하나인 DK유아이엘(옛 유일전자)을 인수했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반전의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DK유아이엘의 매출은 1331억원으로, 작년 동기 1599억원에 비해 17% 가량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3분기까지 60억원을 간신히 넘겨 4분기에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작년 264억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DK유아이엘은 이에 따라 박종흠 삼성테크윈 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과거처럼 키패드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는 건 전망이 불투명하다. DK유아이엘 측도 “키패드 시장 점유율이 작년 70% 수준에서 올해는 55%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휴대폰 부품업체인 이트론코퍼레이션을 인수한 유니퀘스트 역시 3분기까지 1186억원의 매출을 기록, 작년 동기 1279억원에 비해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유니퀘스트는 반도체 및 부품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이트론코퍼레이션 인수로 생산과 유통을 연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당초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 전체 182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15% 정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올해 초 영풍에 인수된 코리아써키트는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크게 떨어졌다. 코리아써키트는 3분기까지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6% 가량 늘어난 1302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은 123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작년 2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인수합병 바람 급랭=이처럼 올해 상반기에 이뤄진 굵직한 인수합병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 오히려 실적이 나빠진 이유는 일관된 경영 방침이나 기술적 시너지, 기업 문화 통합 등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품업종이 아닌 업체가 부품업체를 인수한 경우는 물론이고 같은 부품업종이라도 명확한 전략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인수합병 후 조기 정상화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결국 200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품업계의 침체가 올해 상반기 많은 인수합병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아직 결과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서는 이렇다 할 코스닥 등록 부품기업의 인수합병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현재 부품업계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변수는 있지만 인수합병 열기가 식어버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명확한 통합 계획을 전제로 한 부품업체의 인수합병은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문 부품업체 2곳 인수 이후 매출이 급증하면서 종합 부품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엑사이엔씨나 화음소를 인수해 기술 경쟁력이 높아진 국제통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년 주요 인수합병 부품 업체 실적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