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밝힐건 밝혀보자
19세기 미국에서 포커게임을 할 때 카드를 돌릴 차례가 된 사람(dealer) 앞에 ‘엽총 탄알(buck stone)’을 놓았다고 한다. 그 엽총 탄알을 ‘벅(buck)’이라고 줄여서 불렀고, 이로부터 ‘책임전가(pass the buck)’란 말이 생겨났다.
둥그런 탁자를 하나 마련하고 그 위에 지난 5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유래 맞춤형 줄기세포 논문’을 올려놓았다. 먼저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벅을 퉁겨가며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탁자에 둘러앉아야 할 사람은 또 누굴까. 한나라당은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돌렸다. 탁자로 불러내어 사실-아직 누가 진실을 알고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모르지만-을 왜곡·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며 다그칠 태세다. 아예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한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세 명이면 충분할까. 아무래도 황우석 연구팀에 가장 큰 도움(지원)을 준 과학기술부가 탁자로 나와야 할 것 같다. 국민 세금(연구비)을 황우석 연구팀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니 당연히 관리·감독자로서 책임이 있다. 또 국가 생명윤리 기준(법)을 세우고 관리할 책무가 있는 보건복지부, 한마음 한뜻으로 각종 황우석 지원모임과 행사에 참여했던 여야 정치인들도 꼭 나와야겠다.
더 큰 탁자와 더 많은 의자가 필요하리라. 특히 국민의 상실감을 감안하면 웬만한 탁자로는 어림도 없겠다. 기자도 그 탁자에 나가야 할 것만 같다. 비겁했기 때문이다. 말로 떠들었지 냉철하게 비판하지 못했다.
대충 탁자에 둘러앉아야 할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본격적으로 ‘책임전가(責任轉嫁)’를 시작해보자. 서로 치열하게 책임을 회피하다 보면 오히려 ‘누가 잘못한 것인지’를 쉽게 가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를 좌우명으로 삼았단다. 벅 퉁겨내기(책임전가)로 잘못을 가려내기 힘들다면, 벅을 끌어안자. 하루빨리 밝힐 걸 밝혀보자는 얘기다. 그래야 다시 출발할 수 있을 테니까.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