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대통령과 개발자

“소프트웨어 쿠데타다.”

 얼마 전 만난 한 정부 관계자가 흥분하며 던진 말이다. 이달 초 열린 ‘SW산업 발전전략’이 쿠데타에 비견될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확실히 그날은 SW인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빅 데이’였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SW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위 관료와 내로라 하는 업계 인사가 총출동한 그날, 한 개발자도 거기 있었다. 유명 개발자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그는 개발자들 인사가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소개하며, 대통령께 직접 비참한 개발자 현실을 하소연했다.

 개발자들이 흔히 자조적으로 언급하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는 밤낮이 바뀐 개발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상징하는 말이다. 밤낮 없이 일한다고 해서 보상이 제대로 따르는 것도 아니다. 개발자들 사이에 ‘전설’ 처럼 돌아다니는 최근의 두 사례는 국내 개발자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례1

 그는 흔히 말하는 고수였다. 책도 써서 인지도도 꽤 있었다. ‘인터넷 소문’이 빠른 개발자 동네에서 당연 그는 최고의 실력자로 꼽혔다. 국내 굴지의 대그룹도 ‘컴퓨터 사고’가 났을 때 그를 불러 해결했다. 하지만 학벌과 연차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국내 현실은 그의 실력을 알아 주지도, 쳐 주지도 않았다. 그는 초급 개발자랑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회의를 느낀 끝에 그는 결국 IT를 접었다. 그리고 현재는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사례2

 ㄱ씨는 모바일 관련 자바 가상머신(VM) 포팅 쪽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모두 그에게 자문을 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명문대를 안 나온 그 역시 학벌 등에 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고민하던 그는 자기를 알아 주지 않는 이 땅, 대한민국을 떠나기로 했다. 가족까지 함께 우리나라를 등진 그는 현재 영국에서 모바일 관련 개발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개발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프로그램을 짤 정도로 SW에 일가견이 있는 대통령은 그날 “모르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SW 강국 청사진을 내놓은 정부는 후속 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청사진대로라면 우리는 5년 후 세계가 부러워하는 SW강대국이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 퍼즐’을 먼저 풀어야 한다. 개발자들을 지금처럼 놔두는 한 SW강국이 있을 리 없다.

컴퓨터산업부·방은주차장@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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