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담합행위로 처벌대상’, ‘가입자인증모듈(SIM)카드 도입을 통한 현행 이동통신 유통관행의 개선’까지 거론하며 이통사들을 압박하고 나서자, 규제기관의 수장으로서 ‘피규제자’에 대한 강압적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진 장관의 SIM카드 도입 검토 발언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초고속성장을 거듭해온 배경에 이동통신사업자가 신규 투자와 서비스 개발 등을 견인할 수 있었던 국내 단말기 환경의 특수성까지 배제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정통부 스스로도 2세대(G) 이동전화에 SIM카드를 도입하지 않았던 결과 실보다는 득이 컸고, 이 때문에 3G 이동전화인 WCDMA 서비스에 SIM카드를 적용하되 사실상 SIM카드의 기능을 배제한 ‘가입자 락인’ 장치를 두려는 사업자들의 계획도 사실상 용인해온 것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형평성 잃은 지상파DMB ‘옹호’=이날 진 장관의 발언은 무엇보다 여타 신규 서비스 도입정책과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가장 유사한 신규 매체·미디어 서비스인 위성DMB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미 지난 2001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준비에 착수했던 위성DMB 사업자 티유미디어(대표 서영길)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이제 겨우 가입자 30만명에 그치고 있다.
방송위의 재전송 허용결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콘텐츠 제공업체이자 지상파 DMB 주요 사업자들인 지상파 방송사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티유미디어가 그동안 위성체발사 및 음영지역 중계기(갭필러) 구축을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음영지역 중계망 구축비용조차 장비 제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지상파DMB폰의 기본적인 유통수수료를 보장해달라는 이통사들의 요구를 거부한 채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쟁서비스인 위성DMB와 비교해도 사실상 ‘무임승차’격인데다 이 과정에서 통신 규제기관인 정통부마저 ‘중재’가 아닌 ‘압력’으로 이통사들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진 장관이 지나치게 방송사와 제조사 입장만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책일관성 상실한 SIM카드 도입 발언=SIM카드를 도입하지 않았던 국내 시장에서는 단말기 장악력을 가진 이통사들의 과열경쟁이 유통시장의 폐해를 낳기도 했지만 신규 서비스 개발과 투자를 주도함으로써 급속도로 시장을 발전시킨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정통부가 2세대 CDMA의 선택사양이었던 SIM카드 도입을 배제해 왔었고, 향후 WCDMA에서도 ‘USIM’카드를 도입하되 종전처럼 특정 사업자에 종속시키는 ‘가입자 락인’ 기능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서는 SIM카드가 보편화된 유럽시장에서도 산업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SIM카드 락인을 점차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SIM카드 도입 검토’라는 진 장관의 발언이 그동안 통신정책을 뒤집는 ‘행동’으로 나타나든, 일종의 협박성 카드로 해프닝으로 끝나든 통신사업자들은 긴장과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박승정·서한기자@전자신문, sjpark·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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