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특허와 R&D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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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원천기술 부재로 기술무역 수지 적자폭이 매년 커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IT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따라잡기(catch up)’ 기술전략으로 선진국에 기술종속이 심화한 데다 개발기술의 권리화가 미흡한 것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 때문에 거액의 기술료를 해외 기업에 지급하고 있다.

 IT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삼성SDI와 후지쓰, LG전자와 마쓰시타 간 PDP 특허분쟁을 비롯해 GSM휴대폰·위성DMB 단말기 등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공세가 국내 IT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쟁기업의 제품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선진기업의 전략적 특허분쟁과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수지 적자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특허 획득 건수는 성장했으나 가치있는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다. 지금까지 연구개발(R&D) 기획은 해외의 기술·시장동향, 기술수준 평가, 기술 경쟁력 판단 등을 소수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왔다.

 예를 들면 해외의 보유기술·기술동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R&D 기획을 수행해 선진 외국의 기소유 기술과 중복된 과제가 선정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는 원천기술 확보 및 R&D 중복투자 방지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국가 R&D 사업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반면 선진 각국은 기술력을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인식하고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R&D 기획단계부터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전략적인 R&D를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은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계획서 제출시 신규성 확보를 위한 특허 관련 데이터 조사결과를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SBIR 프로그램의 사업화 성공률(평균 35%)이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사업화 성공률(약 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성과를 얻었다. 이는 R&D 기획단계의 철저한 선행기술 조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연합은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 4차 사업(1994∼1998년)의 R&D 기획시 과제에 대한 기술 및 특허 조사로 전체 과제의 28%가 지적재산권 전략을 수정했다. FP 5차 사업(1998∼2002년)에서는 예비연구지원자금에 특허조사 비용을 포함시켜 투입비용 대비 10배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일본도 1997년부터 연간 20여 분야의 특허를 분석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국가 R&D 과제 선정 등에 특허분석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개정된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등에 관한 규정’에서 국가 R&D 기획시 특허동향을 조사할 것을 지난 6월 1일부터 의무화하고 있다.

 특허동향 조사는 국내외 기술 경쟁력을 평가하고 기술 시장의 선점 기회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의미있는 객관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즉 과제 선정시 특허분석 자료를 활용하면 경쟁국과 차별된 R&D 전략을 수립하고 우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특허분석 자료를 통해 특허권 확보가 불가능하거나 R&D의 경제성이 없는 기술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 나아가 R&D 활용단계에서 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R&D 성과를 크게 제고할 수 있다.

 점차 치열해지는 국제 기술경쟁시대에서 R&D 기획의 효율성 및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만이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안은 R&D 기획 단계시 국내외 기술개발동향과 특허를 분석해 신규 R&D의 목표 설정, 중복연구 방지 및 R&D 결과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IT839 전략의 R&D 기획과 연계한 특허동향분석을 추진중이다.

 현재 추진중인 IT839 전략 분야의 특허분석 사업이 더욱 체계적인 형태로 완성된다면 국가 경쟁력을 크게 강화시킬 것이다.

◆김태현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thkim@iit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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