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상한 정책연수

이은용

과학기술부·국무조정실·기획예산처·산업자원부 관계자 10명으로 꾸려진 정책연수단이 30일 아침 ‘영국과 독일의 과학기술체제 및 연구개발관리시스템 조사’를 목적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오는 8일까지 영국과 독일에 머문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조사·분석·평가하고 예산을 다루는 실무자들이 선진 과학기술체제를 조사하러 간다기에 ‘무엇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지’ 궁금했다. 되돌아온 대답이 “부담없는 출장”이란다. 그래서 일정을 살펴봤다.

 본격적인 조사활동이 시작되는 1일, 오전 10시 30∼12시 30분 런던의 한 연구기관을 방문한다. 오후 2시까지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한 뒤 3∼5시 자연사박물관과 과학박물관을 둘러본다. 오후 5시 서둘러 저녁을 먹고 7시부터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를 관람할 예정이다. 일과를 마치고 오페라를 관람하는 게 무슨 문제랴. 2일, 오전 10시 30∼12시 30분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다. 역시 오후 2시까지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한 뒤에는 시내관광이다.

 3일과 4일은 토·일요일이니 그냥 접어두자. 5일, 오전 10∼11시 30분 프라운호퍼연구협회를 방문한다. 6일, 오후 3∼4시 30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를 간다. 현지 연구기관 방문시간이 30분씩 줄었다. 아마도 뮌헨-하이델베르크-자르브뤼켄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이동경로 때문인 모양이다. 7일, 오전 11∼12시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 오후 3∼4시 30분 우주항공연구소(DLR)를 방문한다.

 국어사전을 펼쳐 들었다. 정책(政策)이란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방책’이고, 연수(硏修)란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음’이란다. 국민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 실무자들의 ‘부담없는 출장’을 허락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과기부 장·차관들은 올해 8박 10일, 2박 4일 일정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정보기술·생명공학·원자력 외교를 펼쳤다. 오명 부총리는 “과학기술을 세일즈하는 데 매진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장관이 세일즈하고, 실무자들은 부담없는 출장을 다녔나.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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