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5부)해외 선진기업에서 배운다④加 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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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기술의 미래를 개척하는 프론티어’

MP3플레이어로 영화를 보고, PSP와 같은 게임기를 이용해 어디서나 게임을 하고, 노트북 PC에서 고사양 3차원 게임을 즐기는 것은 선도적인 기술로 무장한 ATI테크놀로지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ATI는 최신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응용해 IT기기에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그래픽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ATI를 통하면 최고의 그래픽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1985년 팹리스 업체로 출발한 이 회사는 전세계 2700여명을 고용하는 그래픽 솔루션 분야의 강자로 우뚝 서 있다.

◇‘비주얼을 꿰뚫다’= ATI의 설립자인 퀭엔호(K.Y. Ho)는 타이완의 국립 층궁대학교(National Cheung Kung University)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홍콩의 반도체·전자 업체 등에서 10년간 일을 했다. 1984년 그는 캐나다로 이주한 뒤 지인들과 함께 모은 30만 달러로 그래픽 회사를 설립한 게 오늘날 ATI의 시초다.

ATI가 그래픽 솔루션을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출발한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30만 달러로 할 수 있는 컴퓨터 관련 업무를 찾다가 그래픽 칩세트 설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ATI는 사업 첫 해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지난해는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PC 활용이 텍스트 위주에서 사진, 동영상, 게임 등으로 확산되면서 그래픽 기술의 중요성이 막대해졌기 때문이다.

ATI는 1994년 ‘마하64’라는 그래픽 칩세트를 시작으로 그래픽 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한때 3차원 기능이 대두되면서 경쟁사의 ‘리바TNT’와 ‘지포스’에 고전을 겪기도 했지만 2000년 ‘레이디언’ 시리즈를 선보이며 3차원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는 ‘레이디언 9500’ 시리즈를 발표하며 그래픽 카드 시장을 휩쓸었다.

◇‘성장 비결은 미래 예측’= ATI가 인텔, 엔비디아의 경쟁 속에서 생존하고 세계 팹리스 반도체 업계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핵심기술을 시장의 요구에 앞서 공급해온 데 있다.

ATI는 미리 시장을 예측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설립 5년째부터 기획실 역할의 ‘코퍼레이트 플래닝’(Corporate Planning) 부서를 운영했다. 이 부서는 부사장과 100여 명의 핵심 인재들이 중심이 돼, 향후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성장동력을 발견하면 모든 수단을 통해 개발에 나섰다. 직접 하기도 하고, 외부에서 라이선스를 받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는 전략을 폈다. ATI는 디지털TV 사업 진출을 위해 넥스트웨이브라는 디모튤레이터 회사를 인수했으며 게임용 사업 등을 위해서 ARTX, 크로매틱 등 다수의 회사를 샀다.

현재도 차기 ‘먹거리’ 발굴은 계속되고 있다. 두 개의 연구개발팀을 동시 운영하며 한 팀은 현재의 먹거리 개발을, 또 다른 팀은 차세대 과제를 담당하고 있다. 상호 순차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고 이를 상품화하고 있다.

◇파트너십 통해 경쟁력 강화= ATI가 갖고 있는 유연성도 성장엔진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경쟁사인 인텔과도 그래픽 칩 설계시부터 협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 등 가전 업체와도 기술 초기 단계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조영덕 ATI코리아 지사장은 “ATI와 고객사 간에 관계가 좋은 것은 일반의 경우와 달리, 고객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품목이 개발중에 고객사의 설계가 바뀌면 보통 소송을 걸어, 비용을 청구하곤 하지만 ATI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이를 수용, 다시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ATI는 현재 디지털 셋톱 박스, 디지털 TV, 홈 미디어 게이트웨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질레온 220’과 같은 통합 칩세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휴대형 단말기에 적용할 수 있는 ‘이미지온 3200’ 등도 개발해 공급하는 중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데스크톱, 노트북 등 PC 중심에서 소리 없이 가전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조영덕 지사장은 “ATI의 기술력, 기획력, 우호적인 대외관계가 그래픽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환영받고 있는 이유”라고 자평했다.

◆인터뷰-데이브 오튼 

“더 많은 기술 개발을 통해 휴대폰에서도 하이엔드 그래픽을 구현할 것입니다.”

데이브 오튼 ATI테크놀로지스 CEO는 한국의 모바일 시장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삼성전자 카메라폰과 LG전자 게임폰에 ATI의 그래픽 칩세트를 적용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보다 양질의 3D 게임을 즐기고 어디서나 디지털TV를 시청할 수 있는 변화의 한 가운데 ATI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처럼 말했다.

데이브 오튼 CEO는 자신들에게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ATI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은 그래픽 시장을 선도하고 3D 그래픽 발전을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사용자들이 최상의 그래픽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명감이 중요하게 작용해 왔다”며 “우리의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가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모바일 등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최상의 비주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ATI의 전략 수립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데이브 오튼 CEO는 2000년 4월 ATI에 합류, 작년 6월 ATI의 새로운 CEO 자리에 올랐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회사가 ATI에 합병되면서 ATI 창업자인 퀭엔호의 뒤를 이었다.

데이브 오튼 CEO는 “그래픽 솔루션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능력, 혁신적인 정신이 있는 ATI에 합류할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다”며 “ATI가 이 같은 전통을 토대로 반도체 산업의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 일본 다음의 거대 시장으로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신경을 쓰겠다”며 최근 한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휴대형 단말기들의 성장과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ATI는 2004년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3D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지원하는 등 모바일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ATI는 어떤 회사

ATI테크놀로지스는 컴퓨터, 휴대폰, 워크스테이션, 디지털 TV, 게임, 콘솔 등에 사용되는 그래픽 및 멀티미디어 솔루션을 설계·제조하는 반도체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20억 달러로 세계 팹리스 업계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자는 퀭엔호(K.Y. Ho)는 화교 출신으로 1984년 캐나다로 이주, 30만 달러로 ATI를 설립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 걸쳐 연구개발(R&D)과 영업 및 판매 거점을 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2만70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본사는 캐나다 토론토 마크햄에 있으며 전세계 그래픽 카드 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PC 분야에서 데스크톱과 워크스테이션에 최적화된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며 특히 모바일 제품을 위한 ‘모빌리티 레이디언(Mobility Radeon)’ 프로세서는 노트북의 80% 이상에 탑재될 만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휴대폰, TV 수신 카드 등 휴대 장치에 탑재되는 ‘이미지온 미디어’ 프로세서는 업계 최초로 LG전자의 3D 게임용 휴대폰인 ‘SV360’에 채택됐으며 닌텐도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기술 협약을 체결하는 등 PC 및 노트북에서 게임기, 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TV를 위한 그래픽 프로세서 ‘질레온’도 개발, 국내 가전업체들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직후인 지난 1986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캐나다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지난 2004년 9월에는 지사를 설립, 총판 역할을 해온 박우현 RTC인터내셔날 사장을 초대 지사장으로 임명했다.

ATI는 한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2004년 11월 디지털TV, 휴대폰,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PDA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할 센터를 설립했으며 5년 간 1000만 달러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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