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규
올 하반기 국내 최대 전자태그(RFID) 프로젝트로 꼽히는 ‘서울시 승용차 요일제 RFID 사업’을 놓고 관련 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운용중인 승용차 요일제를 악용, 보험 할인이나 세금감면 혜택을 얻고 있는 양심불량 운전자를 적발하고 본래 취지대로 차량 이용률을 줄여 서울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도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본사업에 앞선 시스템 성능시험 결과를 놓고 “특정 제품 밀어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재시험에 돌입하는 등 출발부터 매끄럽지 않다. 제품의 성능 문제는 재시험 결과에 따라 다시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제품 성능보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표준’이다. 문제는 이번 시스템 구축에 적용되는 표준이 이달 말쯤 새롭게 제정되는 국제 표준(Gen2)보다 이전 것이라는 데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 제정되는 표준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 이전 표준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향후 호환성과 사업 연계성 등에 크게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새로운 표준을 적용할 경우 세계적인 수요 확산에 따라 그동안 RFID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태그 가격도 200∼300원 선으로 낮춰질 전망이다. 예컨대 새로운 표준을 따르면 호환성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고 차량에 붙이는 태그 가격도 떨어져 결과적으로 시민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자칫 이전 표준 제품의 재고 소진용 프로젝트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결국 새로운 표준에 맞춰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심지어 “이번 사업을 세계 표준이 완전히 자리잡은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등록된 250만대 승용차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사업인만큼 ‘밀어붙이기 식’은 곤란하다.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막 첫 발을 내딛고 있는 전체 RFID 산업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마땅하다. 서울시는 2년 전 개통과 함께 시스템 불통으로 시행 초기 1000만 출근길 시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신 교통카드시스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산업부·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