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 분야 주도권을 놓고 협력과 경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이번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 과정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문화부가 정통부의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 법률안 의견 제출’ 요구에 최근 검토의견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컴보법 개정안에서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이하 프심위)가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과 표준화 지원 정책을 펼수 있도록 신설한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 개정안 36조 5항에 따르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기술적 보호조치 및 권리관리정보 관련 기술의 개발과 표준화에 필요한 정책 수립·시행을 위한 지원 업무를 행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문화부는 그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에 계류중인 저작권법 개정안 제111조 제6호와 충돌할 뿐 아니라 이 업무가 컴퓨터프로그램보다는 일반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업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통부는 즉각 ‘내용이 비슷할 수 있지만 컴퓨터프로그램이라는 특수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이므로 충돌할 염려가 없다’는 답변을 문화부에 보냈다.
반면 문화부는 “관련 조항이 컴퓨터프로그램에 국한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향후 마찰을 피하기 위해 관련 조항에 ‘컴퓨터프로그램에 국한한다’는 문구를 명시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법 이름 자체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므로 모든 조항이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기 때문에 굳이 중복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문구 하나에 정통부와 문화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가 문화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조항에 ‘컴퓨터프로그램에 국한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면 양측의 의견조율은 끝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제처의 조율을 받아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감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양 부처가 세세한 문구에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그동안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난해 양 부처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맺은 만큼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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