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600과 60

이호준

 600. 코스닥시장이 지난주 한 달간의 조정을 마무리짓고 600선을 재돌파한 이래 연일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코스닥은 8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에 오른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스닥의 상승세를 미심쩍게 바라봤으나 이제는 코스닥의 체력을 믿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를 만하면 고점에 막혀 발길을 돌리는 코스피지수와 달리 코스닥지수는 600선이라는 부담감을 가볍게 극복하고 또 다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과거 코스피지수의 뒤를 고스란히 쫓아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60. 코스닥이 넘어선 600포인트는 사실 2년 전의 기준으로 보면 60포인트다. 지난해 1월 코스닥지수 단위가 10배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

 다시 말해 최근 코스닥이 많이 올랐다지만 지난 2000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현 단위로 환산한 2834포인트에 비해서는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관심도 가지 않을 수치에 열광하는 것은 아마도 단순히 단위가 높아진 것을 넘어서 코스닥이 체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잊을 만하면 60포인트 시대에나 어울릴 만한 행태가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금융권 조사 과정을 통해 알 만한 코스닥기업에서 잇따라 분식회계가 터져나왔다. 상장조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부실 상장사 인수를 통해 슬그머니 코스닥에 발을 들여놓았다. 눈치 빠른 상장사의 CEO들은 회사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높을 때 주식을 팔아버리려고 M&A 중개상에 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지금도 상장 예정 기업 설명회에 가보면 무슨 사업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빚을 내서 공모주 청약에 들어갔다는 아주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600과 60은 10배라는 수량적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600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껍데기가 아닌 그만큼의 가치를 지니도록 하는 것은 기업과 투자자의 몫이다. 600과 60의 차이를 극복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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