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업계의 경영전략 수립에 부쳐

 기간통신사들이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 데다 수많은 주변의 변수를 가정해 투자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신업계는 내년부터 유선과 무선시장의 수요가 정체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어느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모든 것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이 같은 수많은 변수를 감안해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지 못할 경우 경영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KT와 SK텔레콤·LG텔레콤·하나로텔레콤 등 주요 통신업체가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한 투자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통신 및 IT업계에 대한 공통적인 지적사항 중의 하나가 당장 눈앞의 이익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기술 개발이나 차세대 성장동력 등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한두 해 안에 이익을 낼 단기 투자에 집중하고 마케팅 전략도 그런 방향으로 세우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투자나 대응전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물론 통신업계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미래보다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일도 없지 않다. 유선 분야는 더는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초고속인터넷시장도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연히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눈앞의 일이다. 이동통신 분야는 더 복잡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업체 간 전략이 바뀔 수밖에 없다. 통신요금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받는 쪽에서는 당장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CID) 요금인하가 기정 사실로 굳어졌고 단말기 보조금도 지급규제가 풀릴 전망이지만 일부는 아직 시행이 확정된 게 아니다. 국회 통과가 확실치 않고 반대여론도 적지 않아 유보적이다. 이런 것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각사의 마케팅 전략이나 상호접속료가 조정될 수밖에 없다.

 만의 하나, 이런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경영전략을 수립했다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사업영역이 사라짐에 따라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와이브로·고속하향패킷접속서비스(HSDPA) 등 신규 사업도 준비해야 한다. 이들 신규사업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이런 것 등이 모두 고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의 내년도 경영전략은 원칙에 충실하게 수립돼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차별화한 가격 등으로 수요를 확대하는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소비자를 배려한 투자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시장에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다.

 기업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기술과 제품의 가격과 기술·서비스 등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품질 향상 등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또 현재의 서비스 이후에 어떤 서비스가 미래를 주도할지에 대한 연구도 강화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시장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부도 통신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 편익이나 산업적인 측면이 아닌 정치논리나 이해단체의 여론에 밀려 기존 정책의 골격을 바꿀 경우 기산통신사업자들은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에 혼란을 겪게 된다. 특히 기업들이 자긍심을 갖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결국 기간통신사업자들의 경영전략이 제대로 수립되고 차질없이 집행돼야 국가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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