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델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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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공세로 세계 PC시장을 정복한 델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나?

1일(현지시각) C넷에 따르면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은 전날 미국과 영국 컨슈머시장에서 PC수요가 부진해 3분기 목표달성이 어렵다고 발표했다. 델은 3분기 매출이 139억달러에 그쳐 당초 예상치 141억∼145억달러에 못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델은 벌써 2분기 연속 자체 매출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고 3분기 매출 증가율은 11%로 지난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음날 나스닥시장에서 델의 주가는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PC왕국, 델의 아성이 흔들리는 조짐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델은 올들어 제품AS가 부실해졌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최근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델의 3분기 출하량 증가세는 지난 7년만에 처음으로 시장평균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델의 부진원인을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요약했다.

그동안 델은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기업용 PC시장에서는 가격파괴자로 악명을 떨쳐왔다. 하지만 개인고객을 상대할 때는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PC가격을 시장평균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원화 전략을 유지해왔다.

IDC자료에 따르면 2002년 컨슈머 PC시장에서 델 제품의 평균판매가격은 1084달러로 라이벌 HP보다 75달러, 시장평균치보다 54달러 더 비싸다. 이러한 가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져 올해 델 제품은 HP 제품에 비해 평균 200달러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델은 XPS라는 고급 PC브랜드까지 선보이며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후발업체들은 초기 델의 저가전략을 벤치마킹하며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 HP의 경우 왠만한 데스크톱PC보다 싼 398달러짜리 노트북 PC를 공급하기 위해 월마트와 협상을 벌이는 등 가격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 에이서와 게이트웨이도 파격적인 저가PC를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차근차근 늘리는 형국이다.

IDC의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비해 델이라는 브랜드의 시장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는데도 델은 오히려 수익성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라이벌업체와 가격차를 줄이지 않는다면 소비자 이탈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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