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말기 보조금, 고려사항은

사업자와 소비자 처지에서 단말기 보조금 효과를 검토해야

정보통신부가 내년 3월로 시효가 끝나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 법안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정통부는 엊그제 서울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앞으로 기존 서비스 시장에서는 신규가입자에 대한 보조금을 금지하고 3년 이상 보조금을 받은 적이 없는 장기 가입자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전면 허용한다는 내용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정통부는 와이브로·WCDMA 등 신규서비스 시장의 가입자에게도 3년 동안 1회, 단말기 가격의 40% 이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보조금 금지 규정을 놓고 서로 이해가 엇갈려온 가운데 정통부가 나름대로 소비자와 통신업체들의 각기 다른 주장을 최대한 반영, 접점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정부가 개별 사안에 대해 이런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이번 잠정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어 보조금 지급 폭 등 세부 개정안을 확정해 내년 2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남아 있어 정통부의 방침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특히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 안이 부결되거나 아니면 통과되더라도 내용의 변경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정통부는 이번 잠정안이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허용,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한편 신규서비스 시장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단말기 업체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잠정안에 대해 이통사는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원칙의 모호성으로 사업자 및 소비자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신규·장기 가입자 상관없이, 보조금 지급 여부와 비율은 전적으로 사업자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속내야 어떻든 대외적으로는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사업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KTF와 LG텔레콤은 만약 SK텔레콤이 모든 단말기에 대해 가격의 40%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선언할 경우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보조금 금지 규정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내심이야 어떻든 외형상으로 보면 이번 정부 방침에 업계가 모두 반발하는 양상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까지 정부가 통신 요금정책에 구체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다. 또 위반과 제재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젠가는 업계가 시장원리에 따라 요금을 결정하고 서비스의 품질과 차별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 방침은 지난 2003년 과소비를 막고 외화 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업계의 보조금을 완전 금지한 것을 뒤집는 것이다. 특별한 시장 환경의 변화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뒤집는 것은 통신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살 수 있다. 더욱이 최근까지 단말기 보조금 위반업체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불법 보조금 지급을 단속했던 정부가 방침을 바꾼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현재 3년 이상 가입자가 전체의 41.1%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보조금을 허용해 준다면 가입자 절반 가까이 보조금을 지급해도 된다는 셈이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현재의 시장여건과 경쟁 상황, 소비자 입장 등을 감안할 때 보조금 금지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사업자와 소비자 처지에서 단말기 보조금의 효과를 냉철히 검토해보고 이러한 효과가 IT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금지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면 현 정책을 유지하면 될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보조금을 허용하면 된다.

 다만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도 서비스 향상을 위한 적절한 투자를 미루거나 이용요금의 상승, 서비스 질 저하 등으로 연결되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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