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제1차 과학기술부 유관기관 혁신 현장 이어달리기(한국생명공학연구원), 최고관리자 의식혁신교육(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혁신경진대회 공개발표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율혁신계획 발표대회 및 극기산행(한국전기연구원), 혁신리더 워크숍Ⅱ(한국천문연구원)….
여기도 혁신, 저기도 혁신이다.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국가출연연구기관에 ‘혁신’ 행사가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혁신에 앞다퉈 나선다. 국가 미래 먹을거리가 될 첨단 기술·제품을 개발하는 곳에서 혁신에 힘쓴다니 자못 기대된다. 고쳐서 새롭게 하자는 데 말릴 이유도 없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혁신, 또 혁신’ 하니 귀에 못이 박힐 것 같다. 혹시 공염불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돼 트집잡을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트집잡기의 끝에는 ‘말로만 혁신하는 게 아니라 정말 노력하더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전기연구원이 오는 27, 28일 전라북도 무주리조트에서 ‘자율혁신계획 발표대회’를 한다. 450여 모든 직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우선 ‘모든 직원 참석’과 ‘자율’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단어인가. 무주리조트가 꽤 비싼 휴양시설인데, 450명이 묵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들까.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4, 5일 ‘혁신리더 워크숍Ⅰ’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전략과제를 뽑아내기 위해 24∼26일 2박 3일 간 ‘혁신리더 워크숍Ⅱ’를 연다. 그 뜨거운 열기로부터 어떤 혁신안이 튀어 나올지 궁금하다.
이쯤에서 혁신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을 비교해 보자. 김차동 과기부 과학기술협력국장은 최근 ‘전세계가 우리의 과학기술혁신체계에 주목하고 찬사를 보낸다’는 취지를 담은 청와대 홈페이지 기고문을 통해 “이제 성과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가출연연구기관 종사자는 “혁신을 목이 터져라 외친다고 해서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직 비율, PBS(Project Based System)에 따른 과도한 연구과제 수주 경쟁, 지나친 연구개발성과 요구 등 근본 문제들이 바뀌진 않는다”고 비꼰다.
국가 과학기술혁신체계를 본격적으로 다듬기 시작한 지 1년이다. 다양한 혁신 행사로 전의(?)를 다지는 건 매우 좋은 일이다. 다만 ‘혁신해야 할 본질’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