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걱정스런 일이다. IT강국임을 자랑하는 우리가 실제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23억달러에 달한다니 우리의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짐작하게 한다.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기술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기술무역 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니 여간 큰 일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등이 함께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를 미룰 경우 기술무역수지 흑자 진입은 불가능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 2005’ 자료를 인용해 발간한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 현황과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2003년 기준)는 GNI(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웃도는 26개국 중 24위이며 OECD 27개국 중 2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기술무역수지 흑자가 282억달러인 미국이나 이탈리아(36억달러)·영국(25억달러)·프랑스(15억달러)·일본(13억달러) 등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수출이 계속 늘어나 무역수지는 흑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원천기술 부족 등으로 로열티 지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등이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면서 IT강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CDMA, 반도체, TFT LCD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이 현재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IT분야에서만 우리나라 전체수출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력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술무역수지는 만성적인 적자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갈수록 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의 잣대가 되는 지금 우리가 아무리 수출을 늘려도 기술무역에서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다.
우리가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집중과 선택을 통해 독자적인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가 외국기술에 의존해 제품을 만들어 팔 수는 없다. 그렇게 만들어 파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세계 기술전쟁에서 이기려면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와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연구인력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기업들이 지금처럼 당장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용화에만 치중해서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 한 기업이나 국가경제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기술무역수지 개선도 힘들게 될 것이다. 자칫하면 기술종속의 우려도 있다.
또 기술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 기업 등이 연계해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아무리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고 싶어도 그럴 만한 인력과 자금력이 없다. 짧은 기간에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대기업들이 원천기술 개발비 투자확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기술도 남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서는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기술수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출 시스템은 유형의 상품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무형의 기술을 수출하는 데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수출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기술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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