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北에 SW산업의 벤처정신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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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제4차 6자회담의 타결로 남북 간 평화공존에 대한 희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남북한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6자회담의 성공에는 경제회생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경제개발을 위해 다양한 내부 제도개혁과 외자 유치를 시도해 왔으나, 빈약한 내부자원과 서방국가들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기존 경제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타결을 통해 미국 등 대서방 관계의 개선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던 것이다. 실제로 북핵위기의 해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영국의 한 투자펀드 회사가 ‘조선개발투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향후 북한의 대외관계가 정상화되어 대북 투자가 본격화되고,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된다면 남북 경협사업도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IT산업 육성 정책에도 대북 수출규제로 인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던 IT분야의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다. 남북IT교류협력위원회 설립 제안 등 인프라 부족이나 제도적 미비점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도 매우 적극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단번 도약’의 핵심 전략으로 IT산업의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컴퓨터 기술개발·보급·교육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IT 전문인력의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공업 종합대학 등을 포함하여 100여 대학과 120여 단과대학(전문대), 전문대학교(기능대학)에서 매년 약 1만명의 IT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IT산업 중에서도 단기간에 발전 가능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인공지능인식·자동제어시스템·한의학 의료정보시스템·자연어처리 등의 분야에서 비교적 높은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외화 획득 등 경제적 실리를 보장할 수 있는 상업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추세다. 게임·언어처리·생산공정 컴퓨터화 및 애니메이션 제품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 제품들은 기획력이나 실무적인 경험이 부족하여 상품성이 낮고, 대외시장 개척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남북경협은 남북 공동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북한 소프트웨어의 수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웃소싱 형태는 주로 평양 등 북한 내 소프트웨어 개발기관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공동개발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통일부의 소프트웨어 부문 협력사업자 승인현황을 보면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일부 애니메이션의 공동제작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 분야의 남북협력 모델은 향후 발전 가능성, 시너지 창출과 파급효과의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어떤 분야보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경협에는 상대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크지 않고, 물류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또 우수한 북한의 IT인력을 저렴한 인건비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본격화될 개성공단조성사업은 이러한 이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다.

 북한은 자본·선진기술 습득·판로개척 등 많은 분야에서 남한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다른 어떤 대북지원보다 소프트웨어 남북경협 사업을 통해 북한에 남한의 벤처정신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한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와 벤처신화의 경험을 북한과 공유하자.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익성 추구보다는 정부차원의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의 IT인력들에게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글로벌 사업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머지않아 남과 북이 ‘제2의 인도’가 되는 꿈이 현실화되리라고 확신한다.

◆조민래 SK텔링크 사장 mlcho@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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