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독일의 과학기술 연정

조윤아

 독일은 지금 온통 ‘연정’ 얘기로 가득하다. 지난 10일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제1 야당 기독민주당과 손잡고 함께 국정을 이끌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 차기 연정 내각의 조각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독일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연구부 장관을 기민당 인사 중에서 임명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산자부 격에 해당하는 경제기술부 장관 직도 기민당이 맡게 될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정쟁의 빌미가 돼 온 나라를 한차례 떠들썩하게 했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이 연정을 성공리에 이끌어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그들과 우리의 차이에 관심이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슈뢰더 총리가 기민당에 연정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2010년까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를 GDP의 3%까지 끌어올리는 기존 정책을 바꾸지 말 것과 생명공학연구 제한 규정을 점차 완화해 줄 것 등이다.

 그런가 하면 기민당은 사민당이 이전에 녹색당과 연정에서 독일 내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던 방침을 재고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기민당의 주장이다.

 ‘정치적 지각변동’을 좌우하는 조건이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은 독일 정치가들뿐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이 과학기술을 그만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연정을 두고 독일 국민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독일을 잘 살게 해줄 좋은 정책을 제시하기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과연 우리는 어떨까. 연정을 둘러싸고 각자 정치적인 계산에 빠져 주판알을 튕기기에만 바쁘지 않았던가. 노 대통령의 연정에는 여야 상생을 위한 ‘정치’는 있되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주는 ‘정책’은 빠져 있던 게 아닐까. 연정의 최우선 조건은 국민이 돼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 정치가들이 독일 연정에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슈트트가르트(독일)=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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