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재계에 `적대적 M&A` 태풍 다시 분다

 올 봄 라이브도어의 후지TV 인수극으로 촉발됐던 일 재계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공포가 재현됐다.

특히 이번 M&A의 주도 세력이 라이브도어와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樂天)으로 드러남에 따라 신흥 인터넷 재벌의 M&A 시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13일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라쿠텐은 일본 유수의 민방인 TBS(채널 6) 주식을 대거 사들여 발행 주식의 5% 이상을 확보했다. 일 금융시장에서 ‘신의 손’이라 불리는 무라카미 요시아키(46)씨가 이끄는 투자펀드(가칭 무라카미 펀드)도 5∼7% 전후의 TBS 주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A에 노출된 TBS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의 최대 주주이자 다수의 지역 민방을 보유하고 있는 초우량 방송사. 도쿄 도심의 핵심 요지인 아카사카에 본사 건물을 두고 있지만 주가가 낮아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TBS의 현재 최대 주주는 발행 주식 4%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니혼(日本)생명보험이어서 라쿠텐과 무라카미펀드가 니혼생명을 제치고 최대 주주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 浩, 40) 사장이 이끄는 라쿠텐은 작년에 동종 라이브도어와 치열한 경합 끝에 센다이를 본거지로 하는 프로 야구단을 창단한 기업으로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주력인 업체다.

라쿠텐은 주식을 대거 매집하면서 TBS측에 블로그와 인터넷 상거래 등에서 신규사업 공동추진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라쿠텐은 지난 주말 TBS에 주식 보유 비율을 30%까지 높이고 싶다면서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IT관련 사업 제휴를 제안했다. 지분 30%를 확보하면 중요 의결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양사가 TBS의 주식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우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라카미 펀드가 TBS 주식 5∼10%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으나 산케이신문은 라쿠텐이 15∼16%를 확보, 최대주주가 됐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양사가 각각 TBS 발행 주식의 5% 이상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라쿠텐과 무라카미 펀드의 구체적 보유 주식수는 14일 발표될 주식 보유 보고서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TBS는 올 초 라이브도어가 일본 최대 민방인 후지TV인수를 겨냥, 지주회사인 니혼(日本)방송 주식 매집에 나서자 지난 6월 적대적 M&A 방지책으로 닛코(日興)코디얼그룹의 투자회사인 NPI에 최대 800억엔 규모의 신주 예약권을 할당했다.

또 지난 달 16일에는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인 덴쓰(電通) 등 4개사를 인수자로 하는 206억엔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NPI의 신주 청약권은 적대적 M&A 세력이 발행주식의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키타니 사장은 누구=일본의 대표적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 설립자. 히도쓰바시(一橋)대학 졸업후 니혼고쿄(日本興業)은행에 들어가 1993년 미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따고 귀국했다.

1995년 은행을 퇴직, 컨설팅업을 하다 1997년 2월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 이치바(樂天市場)’를 창업했다. 창립 당시 회사 이름은 엠티엠. 그해 5월 13개 점포로 시작해 1년도 안돼 200개가 넘는 점포가 들어와 일본 최대의 전자 상점가로 발전했다. 2004년 기준 점포수는 8천 점포에 달했다. 2003년 9월 미 포천지에 의해 5억7600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20위의 부호로 소개됐다.

지난해 라이브도어 호리에 후미에(堀江貴文)사장과 경합 끝에 일본 프로야구 신구단 라쿠텐 이글즈 창단권을 따내 주목을 받았다. 검색 사이트인 인포식크를 매수하는 등 M&A에 적극적이며 대형 인터넷여행업체, 인터넷 전업 증권사 등으로 사업영역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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