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기업과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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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우는 일이 잦아진 요즘, 다시 벤처기업이 부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업이야 지난 1999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밤을 새우고 동녘이 밝아오는 것을 바라보듯, 여명의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다.

 참여정부가 막 시작될 무렵,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는 벤처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었다. 어느새 닮은 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왜 벤처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을 처음 이 땅에 내놓을 때나, 열풍처럼 지나간 1999년, ‘벤처 역풍’으로 고통스럽던 지난 몇 년간 거기 있던 사람들은 그래도 ‘벤처기업’이라고 믿고 있었다.

 벤처기업의 CEO는 참 고뇌에 찬 위치다. 없는 ‘사람’과 없는 ‘돈’을 있을 것 같은 ‘기술’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2004년 말을 지나면서 참여정부는 벤처활성화를 위해 팔을 심하게 걷어붙였다.

 하루가 멀다고 시장친화적인 벤처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같이 잔치를 벌이는 사회도 드물다. 항상 정부를 설득하거나 국민을 설득하거나 그 집단적인 사람들이 필요하게 된다. 종종 사회적 합의는 각종 협회의 목소리로 대체된다. 벤처기업 CEO들이 모인 벤처기업협회는 그래서 중요한 정책 이슈화 집단이다.

 없는 ‘CEO’에, 없는 ‘시간’을 밤새우며 쥐어 짜내는 곳이다. 단언컨대, 벤처활성화 대책은 그날 밤의 열기로 인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CEO는 사실 외로운 자리다. 한정된 리소스를 극히 제한된 기회에 쏟아야 하며 그런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항상 강요받는다. 좋은 참모를 많이 두었다 해도 시스템에서 나오는 풍부한 자료를 섭렵하면서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 이전에 그런 의사결정을 내려 본 경험이 있는 CEO는 더욱 드물다.

 벤처활성화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 ‘성공적인 CEO’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누구나 그의 성공신화를 듣기만 해도 감동을 받을 수 있고, 젊은이라면 벤처기업 창업을 꿈꾸게 하는 그런 CEO를 기다린다.

 또 벤처활성화 대책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실패한 CEO’를 함께 기다린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실패를 경험한 CEO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실리콘밸리 성공과 우리나라 1999년의 성공의 뒤안길에는 ‘실패한 CEO’가 있었다는 점을 새삼 깨달으면서 더욱 절실히 느낀다.

 지난달 말 교육문화회관에서 한 사람의 벤처기업 CEO를 만났다. 바로 장흥순 전 벤처기업협회장이었다. 그날 벤처활성화 대책을 정부로부터 이끌어낸 그 당당하던 CEO의 또 다른 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우리의 얼굴이 완벽할 것을 요구받는다. CEO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항상 강박관념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이 CEO가 아닌가 한다. 그날 그 CEO가 한 기자회견은 이튿날 각 신문과 언론에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고, 혹시라도 벤처활성화 대책이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은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벤처기업협회장으로 오랜 세월 봉사한 그를 기억한다. 그를 위하여 변명할 생각은 없다. 아니 그 높은 기대감을 채워 주지 못한 CEO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국민이 벤처기업에 어렵게 걸었던 기대감이 혹시나 그와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에.

 그는 ‘실패한 CEO’다.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던 그런 ‘실패를 경험한 CEO’다. 그의 실패에 아쉬운 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실패의 경험보다는 누구나 해서는 안 되는, 예정된 길을 갔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기업의 CEO’와 ‘벤처기업들의 CEO’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예정된 실패의 길을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이다.

◆배재광 ATG 대표 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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