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I 업체 중 대외 아웃소싱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기업은 몇 안 된다. 대형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비록 관계사이기는 하나 대기업 시스템운영 노하우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몇 개 사업자 정도다. 이들 중 일부는 금융권이나 비 관계 제조사, 그리고 공공 기관에 대한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백업이나 재해복구 서비스 정도에 그친다. 기간도 짧을 뿐 아니라 단순 유지보수 성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부 업체가 시스템 개발 이후 해당 시스템을 아웃소싱하는 애플리케이션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만 이 역시 흔한 사례는 아니다.
이런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금융 아웃소싱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신영증권·알리안츠생명보험·AIG생명보험, 그리고 기타 일부 선물사들이 작년부터 현재까지 선택한 아웃소싱 파트너는 모두 외국 기업이었다. 최근 모 시중은행은 아웃소싱 전략을 수립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아예 제외시켰다. 해당 금융사가 외국 기업에만 제안 권한을 부여한 것. 비록 사전 검토 성격의 프로젝트지만 국내 업체의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아웃소싱 전략 부재’와 ‘그룹 시장 안주 결과’라는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국내 SI 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 SI 업체들은 프로젝트가 나올 때에 맞춰 급하게 움직이고, 또 단기적인 실적에 얽매이다 보니 꾸준한 영업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다보니 20년 된 SI 산업에서 아웃소싱 전문가라 해야 기업별로 한 둘 정도 꼽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관계사 IT관리에 대한 인식을 ‘SM’에서 아웃소싱 서비스로 바꾸는 것조차 이제 겨우 몇 년 된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I 업체의 아웃소싱 전략은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주요 금융사 지분구조가 외국 자본 기반으로 재편됐다는 점도 우리 기업에는 불리한 요건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글로벌 기준이나 또 ‘머니 게임’에서 국내 업체들이 내놓을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SI 업체들이 아웃소싱 서비스 관점에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선진 서비스 방법론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적극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최고 경영진층에서 아웃소싱 사업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분명히 하고, 전략적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기업의 한 아웃소싱 영업 담당자는 “한국IBM이나 한국HP 등이 올리고 있는 아웃소싱 사업 실적은 수 년간 일관된 전략을 바탕으로 꾸준한 물밑 작업을 벌인 결과”라고 말한다. 또 “국내 SI 업체들이 관계사 시장에 집중할 때 외국기업들은 아웃소싱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고 평가한 뒤 “궁극적으로는 빅5에 속하는 주요 그룹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올 들어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 알려진 액센츄어는 전담사업부를 발족, 국내 아웃소싱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또 EDS코리아, 인도 기업인 새티암코리아마저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가면 국내 아웃소싱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기업에 내주게 되는 것은 물론 국내 IT서비스 산업이 성장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국내 SI업체들은 다시 한번 곱씹을 때다.
신혜선·이정환기자@전자신문, shinhs·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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