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니의 또 다른 선택

경영부진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소니

경영 부진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소니의 구조조정 계획이 지난주 발표됐다. 1만명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하고 전자·게임·엔터테인먼트 등 3개 부문을 핵심 축으로 경영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게다가 외국인 최고 경영자와 일본인 경영자 간에 상당한 ‘문화 격차’와 견해 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소니의 장래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는 스트링거 회장이 이데이 노부유키 전임 회장의 사업 다각화 전략과 성공적으로 결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전임 회장이 주도해온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선택과 집중”의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정돈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소니의 금융 부문이 이번 구조조정에서 빠진 것은 의외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굳이 말한다면 금융 부문은 이데이 전임 회장이 남긴 찬란한 유산 중 하나다. 지난 96년 사장에 취임,실질적인 이데이 시대를 열었던 소니는 그동안 금융 부문의 성장 전략을 기조적으로 유지해 왔다. 지난해에는 금융지주회사 소니파이낸셜홀딩스를 설립, 소니생명보험·소니손해보험·소니은행 등 다수의 금융 계열사를 배치했다.

 이 같은 그룹 전략 탓에 금융 부문은 소니의 주력 사업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는 금융 부문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웬 만큼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 부문 매출은 소니 연결 매출의 7.4%에 이른다. 이는 음악 부문 매출의 두 배를 넘으며 10%선에 약간 못 미치는 영화나 게임 사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전자 부문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반해 금융 부문은 수백억엔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계열사들의 활약도 고무적이다. 소니생명은 경영 건전성 지표인 실질순자산 비율이 17.7%로 업계 1위이며 소니손해보험은 인터넷 및 전화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자동차보험료 수입이 업계 1위다.

 자산 규모도 방대하다. 금융지주회사 자산이 3조2800억엔으로 소니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같은 지표들이 금융 부문의 중량감을 나타낸다. 이는 소니 경영진이 금융 부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스트링거 회장은 구조조정 방침 발표 직후 “금융 부문은 소니의 수익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금흐름(캐시 플로)을 창출하는 중요한 존재”라며 금융 부문 매각설에 쐐기를 박았다. 금융 부문 기업 공개는 전자 부문의 수익성이 회복된 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니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소니가 금융 부문을 매각하거나 비핵심 자산을 대폭 정리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전자부문 등 핵심 사업에 긴급 수혈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그런 의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구조조정계획 발표를 앞두고 일본 유력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소니가 금융 부문을 매각하거나 주식을 공개해 그룹에서 떼어낼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정작 지난주 확정된 구조조정계획에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안이 쏙 빠지면서 분위기는 일순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사실 금융 부문은 선단식(船團式) 경영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재벌 그룹의 사업적인 기반이자 꿈이기도 하다. 이는 일본 재벌이나 한국 재벌이나 똑같다. 금융 부문의 엄청난 현금 창출력은 재벌의 돈줄이자 현금유동성의 원천이다. 이런 연유로 금융 사업은 재벌에겐 큰 유혹이다. 그렇다면 소니는 이 같은 이유로 금융 부문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현 시점에서 소니의 금융 부문에 대한 방침 정리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다. 이는 재벌기업 특유의 선단식 경영과 전문 경영체제의 장·단점을 규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분명한 점은 소니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선택의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기획부 장길수 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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