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상생의 기술 공동체를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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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 우리는 제4차 북핵 6자회담의 극적 타결이라는 희소식을 접했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확인했다. 아직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지만, 이번 6자회담의 합의는 50년 간 지속되어 온 한반도의 대결 체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주권을 인정하고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6자회담의 준비와 진행에 있어서, 민족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의를 진행한 남북한 당국자의 모습에서 민족 자결이라는 바람직한 미래를 내다볼 수도 있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이같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국제환경을 최대한 선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어떻게 하면 민족의 에너지를 모아 창조적인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생각할 때다. 나는 4년 전 북한의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남북합자로 중국에 법인을 설립, 6개월여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과연 북한의 기술수준이 세계 시장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남과 북이 함께 일하는 데 기술적인 격차로 인한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바가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사회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가 정보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있어 얼마나 뼛속 깊이 차이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그 이후로도 수년에 걸쳐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첨단기술에 기반을 두고 고부가가치를 생산, 생존해야 하는 정보기술 분야에 깊은 시름이 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200여명의 개발자를 가진 제법 규모가 큰 벤처기업으로서, 해당 분야에서는 국내 대표기업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 현실은 소수의 대기업과 기타 기업 간의 불균형이 가속되어, 우리 회사의 경우만 해도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된다면 눈을 국외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인도·베트남 등지에 해외개발센터를 두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능숙한 관리자와 기술자가 필요해 개발 초기의 실패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기업에만 선택이 가능한 대안이다. 게다가 핵심기술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현재와 같은 국제화된 사업 환경에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이번 북핵 6자회담의 성공적인 합의 도출을 이같이 출구가 없는 남한의 정보산업이 활로를 열어가는 전기로 삼기를 제안한다. 대기업은 그 아쉬움이 덜하겠지만, 중견기업 또는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개발인력을 남한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관 정부부처가 북한의 전문 정보기술 개발자 그룹과 이들에 대한 남한의 수요자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중장기적으로 이를 통한 전문인력 수급의 길을 열고, 개발뿐만 아니라 남북협력 사업체를 출범시킬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 북한 사회의 개방 및 발전을 도모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발동력을 마련해야 하지만 생산 기반시설이 미흡한 북한의 처지에서도 정보기술을 매개로 한 대외협력이 더없이 좋은 경제재건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사회가 바세나르협약의 고립에서 벗어나 개성을 비롯한 북한 내 공단에 남한 기업이 투자하는 첨단 정보기술단지가 설립되고 더 나아가 이 기술을 매개로 남북 협력 기업체가 하나둘 늘어간다면, 남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남과 북 상호 체제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면서 통일에 대비한 북한 사회의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상산 다산네트웍스 연구본부장·부사장sslee@dasannet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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