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연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신경전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통부와 통신위는 통신 시장에 공정위가 들어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못내 불만스럽지만 각자 역할을 구분한만큼 입을 다물었다.
문제는 15일 공정위가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브리핑 과정에서 “정통부의 통신 시장 규제와 행정지도는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다”고 비판한 것. 공정위는 정통부가 ‘약관 인가 및 신고제’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의 상품 출시나 가격 산정에까지 불필요하게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필수 설비를 후발사업자에 개방해 유효경쟁을 유도하는 등 원칙적인 것만 해야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또 신규 가입자 모집시 설치비를 면제하지 못하도록 한 통신위의 조치는 값싼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담당 국장은 “누구를 위한 행정지도냐, 소비자 이익을 따라야 한다”는 규제 철학과 소신까지 펼쳤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통부도 격화됐다. 정통부는 즉각 해명 브리핑을 통해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를 한 바 없다”면서 “약관을 준수하고 부당한 고객 유인을 금지하라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령을 준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시외전화 담합 과징금을 40% 감면하고 초고속인터넷 담합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행정지도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면서 “딴소리를 하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담합과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사업자 주도의 담합까지 정통부에 몰아 불법 운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사안은 공정위의 말 그대로 도를 넘어섰다. 담합의 내용과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정통부 경쟁 정책의 문제점과 규제 철학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정통부가 법에 없는 행정지도를 했다면 과징금 삭감이나 면제는 하지 않았으면 될 일이고, 규제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법 개정을 요구하면 된다.
공정위가 진정으로 통신 시장의 규제정책을 선진화하고 싶다면 장외에서 비판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장을 마련해 합법과 불법 그리고 개선점을 찾아내야만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