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던 학자가 뱃사공 바그니프에게 물었다.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적은 있는가?”
“아니요”
“그럼 그대는 인생의 반을 낭비한 셈이군!”
그때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쳤다. 요동치는 물살에 배는 강 한가운데 갇혀 오도가도 못했다.
“나으리는 수영하는 법을 배우셨나요?” 학자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나으리는 인생 전부를 잃겠군요,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거든요!”
삶의 정말 중요한 가치는 책상에서보다는 경험이나 실천하는 방법에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우화다. 익히 알려진 ‘묘항현령(猫項懸鈴)’, 즉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명석한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마찬가지로 고양이를 미리 피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 하더라도 실천할 수 없는 거라면 탁상공론이다.
요즘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두 개의 계획이 민간기업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하나는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 개발이고 또하나는 인터넷실명제 도입계획이다. 전자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역기능을 예방하려는 취지에서 나왔다. 두 계획은 누가 봐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적 결정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인터넷업계나 시민단체들은 쌍수를 들고 반대할까. 주민번호대체수단 개발과 인터넷실명제 도입은 그 적용 대상이 기업과 네티즌이다. 한마디로 두 계획 모두 기업이나 네티즌의 현실과 무관한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을 공연히 꾸미는 것이 무용지물이거나 탁상공론이다. 이런 성어들은 실행하기 어려운 일은 처음부터 계획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어찌 처음부터 실행할 수 없는 일이 있겠는가. 실행할 수 없어 보이는 것을 이해당사자들끼리 머리를 맞대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지혜다.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기업이나 네티즌과 머리를 맞대고 다듬어 낸,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기대해본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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