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외출’이 일본에서 15만장의 사전예매를 기록했다고 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용준이 출연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한국 영화가 올해 일본 내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톰 크루즈의 ‘우주전쟁’ 예매율을 넘어섰다는 것은 대단한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적어도 배용준의 경우에는 한류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또 다른 소식도 들려온다. 니혼TV는 지난해 9월부터 방영해 오던 ‘드라마틱 한류’라는 코너를 폐지하기로 했단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시간대에 10개 이상의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 왔던 이 프로그램은 더는 방영할 만한 특별한 작품이 없고 시청자들도 없어서 중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후지TV도 역시 토요일의 한국드라마 방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 한류가 식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한류 흐름에는 무엇인가 여태까지와는 다른 기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기류들을 감지할 수 있는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얼마 전 배용준이 무대인사에 나서는 ‘외출’의 VIP 좌석권이 10만엔에 일본관광객들에게 팔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관련 제작사에서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면 아마도 홍보 효과를 위해 그 돈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서비스해서 흡족하게 돌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일을 벌인 사람들은 제작사와 상관없는 일부 장사치들이었고 부실한 여행상품은 관광객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일부의 이러한 행태처럼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부실한 콘텐츠와 바가지 상혼은 결국 한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문화산업이 이렇게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한류열풍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한류의 거품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한류의 효과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문화산업의 발전과 문화외교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초기의 한류가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의 각 영역에서 몇몇 사람의 뛰어난 창의력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개별적 성과라면 이제는 이러한 개인의 노력이 각 분야에 폭넓게 자리잡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고 관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가 걱정하는 한류의 거품은 비단 한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화산업의 전반적인 거품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최근 몇 년간 세계를 놀라게 한 초기의 한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이 없어 생겨난 것이다.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에 모두 해당되는 이러한 거품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류에 편승하는 마구잡이식 이벤트를 지양하는, 약간의 호흡을 조정하려는 절제의 미덕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한류에 대한 좀 더 진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여 국가장래의 최대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울러 한류상품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시아 각국이 공동 투자하고 시장을 공유하는 공동 제작이 필수적이다. 어차피 시장에 한계가 있는 우리로서는 아시아 나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어 이익을 나누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시대인 오늘날 일방적으로 독점하는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리의 문화상품을 좋아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좋아하고 즐기며 활용하고자 하는 상호 호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화부에서 지원하고 부산국제영화제와 동서대학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매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재능있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영화아카데미를 만들었다는 것은 아시아가 함께하는 진정한 한류를 위한 진지한 첫 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충직 중앙대 교수 cinema@hanaf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