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내년 추석은 좋아질까

작년 추석 연휴 때의 일이다. 서울 시내 주요 역과 터미널, 톨게이트 등지에서 추석을 맞아 귀성하는 사람들에게 당시 경제팀 수장인 이헌재 경제부총리 명의로 된 서한이 하나씩 주어졌다. “힘들고 어려운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는 제목의 서한에서 이 부총리는 1년 뒤 피부로 느끼는 경제회복을 약속했다. 더욱이 “다음 추석에는 국민 모두가 더 큰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으며 올해의 어려웠던 살림을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하겠다”며 어깨가 처진 국민을 달랬다.

 단순한 덕담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국민은 그럴 것이라 믿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 초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도 올 한 해 경제회복에 ‘올인’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추석을 코앞에 둔 지금은 어떤가. 경제적 어려움은 추억이 아니라 여전한 현실이다.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선물 꾸러미 배달로 시내 도로는 곳곳이 교통체증으로 짜증이 날 정도다. 그러나 올 추석이 사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막히는 곳이 작년보다 더 없을 정도로 차가 잘 빠진다.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이 벌어졌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정부가 미풍양속 수준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선물 주고받기’를 권고한 것까지 감안하면 얼마나 냉랭한 추석경기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저 ‘너 어려운 사정 내가 알고, 내 어려운 사정 네가 알려니…’ 하면서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인사를 대신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석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예전처럼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에 쥔 선물꾸러미도 작고 가벼워질 것이 뻔하다. 작년 정부의 약속은 이제 헛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국민은 지금 어떨지 궁금하다.

 물론 경제회복에 대한 약속이 맘먹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대내외 여건이 경제에 다걸기 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부터 그렇게 줄기차게 내세웠던 경제 회복에 신경을 기울이기보다 다른 곳에 더 관심을 쏟은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그렇다고 참여정부가 경제를 등한시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쓸 수 있는 방법을 다 썼는 데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비판까지 받았으니 속도 꽤나 탔을 게 틀림없다.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의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기대감을 주고 있기는 하다. 그 동안 둔화세를 보여온 수출이 다시 탄력성을 회복하고 생산·소비도 조금씩 늘어나며 기업경기실사지수도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체감경기는 지표를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썰렁하다.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양극화도 여전하다. 특히 고유가와 이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소득여건 개선 미흡 등은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작년에 귀성객들에게 부총리의 서한을 나눠주면서 3년 후 우리 경제의 눈부신 모습을 담은 ‘경제회복, 자신감 회복이 그 시작입니다’라는 홍보자료도 배포했다. 2007년에 우리나라는 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나라, 동북아 경제중심, 삶의 질이 높은 나라, 고르게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게 골자다. 국민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하는 장밋빛 경제 청사진이기는 하지만 회의적이지만은 않다. 정부의 청사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청사진이 단순히 홍보물에 그치지 않고 꼭 실현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때는 많은 사람이 푸근한 마음으로 고향을 찾고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내년에는 풍요로운 추석을 기대할 수 있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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