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특집Ⅰ-상생경영]대·중소기업 협력 실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3대 목표 9개 과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두가 됐다가 수그러드는 상생분위기는 무의미하다.’ 상생이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사는 창간 23주년을 기념해 전자산업진흥회와 공동으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점검함으로써 상생분위기를 한층 고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일련의 ‘대·중소기업 협력 기반 조성 정책’에, 이번 설문 결과에서 나타난 중소기업의 체감 정도 및 시각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조사 개요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5일까지 대기업과 하도급거래 관계에 있는 전자분야 제조 중소기업 200여개사를 대상으로 e메일·팩스·전화 조사로 실시됐으며, 유효 표본은 107개사다. 기업 형태별로는 비벤처기업이 42개사(39.3%), 벤처기업이 65개사(60.7%)며, 기업 규모별로는 종업원 수 △20명 미만 기업이 20개사(18.7%) △20∼50명이 31개사(29.0%) △50∼100명이 15개사(14.0%) △100∼300명이 22개사(20.6%) △300명 이상이 19개사(17.7%)다.

 생산품목별로는 △반도체 및 부품제조업 60개사(56.1%) △통신기기 및 방송장비 제조업 17개사(15.9%) △컴퓨터 및 주변기기 제조업 10개사(9.3%) △전기공급 및 전기제어 장치 제조업 6개사(5.6%) △방송 수신기 및 기타영상, 음향기기제조업 5개사(4.7%) △소프트웨어 관련기업 4개사(3.7%) △축전지 및 일차전지제조업 3개사(2.8%) △절연선 및 케이블 제조업 2사(1.9%) 등이 참여했다.

 설문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현황 △상생협력의 저해요인 △상생협력의 긍정적인 성과요인 △거래 대기업에 대한 요청사항 △우선 협력분야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기업 상생 정책의 중소기업 체감도<표 1>=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전자업종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업체의 81.3%인 87개사가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답해 ‘계획대로 모두 추진’되고 있다고 응답한 3.7%(4개사)를 합쳐 총 85%가, 대기업이 선언한 상생협력방안이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표에 그침’이라고 답한 업체는 전체의 15%인 16개사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와 달리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입어 산업현장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지난 2분기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전 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협력관계보고서에서 ‘상생협력방안 발표 이후 효과에 회의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67%를 차지했던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조사업체의 종업원 규모에 따라서도 다소간 차이가 나타났다. 중견 규모 이상의 기업일수록 상생협력의 현장 적용이 잘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계획대로 모두 추진’되고 있다는 의견도 다수 집계됐다. 종업원 수 20인 이하 소기업은 65%만이 ‘추진되고 있다’고 답했으며, 100∼300명 규모 기업체는 86%, 20∼100명 규모는 90% 이상이 협력 분위기가 현장에 전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거래 대기업 실무담당자들의 태도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소기업 상생의 저해요인<표 2>=상생협력의 가장 큰 저해요인과 관련해 응답자들의 36.4%(복수 응답)인 39개사는 ‘대기업의 과당경쟁 유도’를 꼽았다. 이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납품가격 인하 압박에 민감하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조사에서도 응답업체의 4분의 3 이상이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제기한 바 있다.

 ‘납품계약 임의변경’을 저해요인으로 꼽은 응답자도 30.8%(33개사)에 이르렀으며 ‘규칙보다는 힘의 우위에 의지하는 거래관행 등 기업문화’를 지적한 업체도 29.0%(31개사)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세부기술자료 요구’가 18.7%(20개사), ‘대기업 담당자의 인식부족’이 13.1%(14개사)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 스스로 대기업의 파트너로서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9.3%(10개사)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저해요인으로 ‘과당경쟁 유도’ 및 ‘납품계약 임의변경’을 꼽은 것은 이 같은 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왔던 부분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이 과거의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대·중소기업 간 유기적인 관계 조성이 경쟁우위 확보의 한 요소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상생을 위한 우선 협력 분야<표3>=전자업종 중소기업들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한 분야는 ‘구매협력’으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분야별 응답업체 비율을 보면 ‘구매협력’이 41.1%인 44개사로 집계됐으며, R&D 협력이 33.6%인 36개사, 정보화 협력이 31.8%인 34개사, 국내외 마케팅 협력이 26.2%인 28개사 순으로 조사됐다. 또 환경대응 협력과 특허 협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우선 협력 분야는 생산업종 및 벤처기업분류 여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업종별로는 반도체 및 기타 전자부품 제조업체는 최우선 분야로 구매 협력을 꼽았으며, 다음이 R&D 협력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신기기 및 방송장비제조업의 경우는 R&D 협력이 우선적인 협력 분야로 꼽혔고 다음으로 국내외 마케팅 협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반도체 및 기타 전자부품의 경우 대기업을 통한 납품 등 내수시장 중심의 특성이 작용하였으며, 통신기기 및 방송장비제조업의 경우는 고부가가치 기술개발과 내수 및 해외시장에서 마케팅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형태별로는 설문응답 업체가 벤처기업인 경우는 구매 협력과 국내외 마케팅 협력이, 비벤처기업의 경우는 R&D 협력과 정보화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 협력업체가 원하는 상생 형태(거래 대기업에 대한 요청 사항)<표4>=중소기업의 거대 대기업에 대한 요청 사안은 상생의 저해요인 1순위로 지적된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를 자제해 달라는 것과 ‘단가 위주 입찰방식 개선’이 주요 요청 사항인 것으로 조사됐다.

 복수응답 질문에서 응답자들의 66.4%(71개사)가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자제’를 꼽았으며, ‘기술력을 무시한 단가 위주 입찰방식 개선’이 31.8%인 34개사, ‘충분한 납기 허용’이 22.4%인 24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납품기업들이 제품의 단가 이외에 기술 및 품질 등의 요소가 제품의 가격결정에도 합리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자금기술 등의 지원’이 17.8%, ‘중소기업 기술의 탈취 금지’가 10.3%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적자원 협력과 휴면특허 활용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정부와 대기업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휴면특허와 관련해 응답기업의 0.9%(1개사)만이 필요하다고 답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중소기업이 원하는 상생형태는 기업규모·벤처기업 여부 등과는 무관하며, 기술기업·단순생산 기업 모두 납품단가 인하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 종사자의 타 업종 대비 상생협력 체감도<표 5, 6>=전자업종에 종사하는 CEO로서 ‘타 업종과 비교해 전자업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10.3%(11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76.6%(82개사)가 ‘보통이다’고 답했으며,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13.1%(14개사)로 집계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여 소규모 기업보다는 중견 이상 기업일수록 ‘보통 또는 잘되고 있다’고 답변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일수록 상생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타 업종에 비해 상생협력이 ‘잘되고 있다’고 답변한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한 ‘상생이 가장 잘되고 있는 분야’ 질문에서는 ‘대금결제’를 꼽는 응답업체가 전체의 6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의 대·중소기업 상생 분위기가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분야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음 순위로 시설자금 투자지원(무이자/저리)이 15.4%로 나타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느끼는 지원이 자금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품질·생산관리에 대한 인력교류도 15.4%로 집계됐다. 그러나 상생 협력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한 질문에서 ‘성과공유’와 ‘수급기업 간 생산목표 및 계획공유’ 등을 꼽은 기업은 한 곳도 없어 포괄적인 협력관계 구축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으로 지적됐다.

 ◇기타=자유 기술형 질문에서 전자업종 중소기업들은 ‘상생협력의 현행법상 규제 현황’에 대해 △협약 체결시 규제가 너무 많다 △협약서 내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부당한 규제에 대한 제재 △중소업체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협력 기반 자금 지원 △대·중소기업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또 ‘국내 기업 가운데 대·중소기업 우수 협력기업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로는 LG전자·SK·SK텔레텍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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