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기업 중에서도 교세라(京セラ)는 교토식 경영의 전형을 보여준다. ‘교토(京都)에서 세라믹(セラミックス) 사업을 하는 회사’란 이름뿐 아니라 교세라는 경영자와 경영 철학, 회계, 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 교토 기업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교세라는 지난 1959년 현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7명의 지원자와 함께 자본금 300만엔을 모아 설립했다. 초기에는 세라믹 부품에 주력했지만 점차,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으로 분야를 확대, 2005년 3월 기준 매출 1조1800억엔에 459억엔의 순이익을 내는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후 45년 동안 27%라는 경이적인 매출 증가율을 내고 있다.
니시구치 교세라 사장은 일본 유력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출 2조엔에 영업이익률 20%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며 고도성장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교세라는 단지 실적뿐 아니라 독특한 경영 시스템으로 일본 내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교토식 경영의 정수를 보여주는 교세라의 경쟁력을 철저 분석한다.
◇불량률 제로를 현실로=불량률 제로는 모든 제조업의 이상이다. 교세라는 이익 증가는 원가 절감에서 나오고 원가 절감은 불량률 감소에서 시작된다는 평범하지만 매우 어려운 명제를 실현했다.
니시구치 사장은 지난 2001년 모든 교세라 사업장에 ‘수율 100%를 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통 제조업은 85% 정도의 안정적인 수율을 내다가 공정 개선을 통해 90% 이상을 끌어올리는 게 상식이다.
교세라의 전자부품 생산 거점인 가고시마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고시마 공장의 게지마 사업부장은 수율 100% 달성 지침을 받고 기술 인력을 총동원해 제조 공정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세라믹 소성 공정의 온도 균일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 이를 고쳐 98%의 수율을 달성했다. 문제는 나머지 2%. 결국 2군데의 온도를 재던 것에서 벗어나 50군데의 온도를 측정, 불량을 완전히 없앴다.
결국 2001년 11월 가고시마 공장은 불량률 제로를 달성, 원가를 20% 절감하고 납기를 3주에서 5일로 줄였다.
또 다른 사례는 교세라 상하이 공장이다. 누구나 중국 공장이 일본 공장보다 불량률이 많다고 여긴다. 교세라는 이를 깼다.
교세라는 일본식 제조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다른 업체와 달리 중국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은 조립에서 검사까지 숙련도가 높은 직원 1명이 많은 작업을 하지만 이직이 잦은 중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교세라는 이를 감안해 가능한 한 공정을 세분화해 1인 당 업무를 최대로 단순화시켰다.
또 제조공정에서 선배에게 배우는 일본의 교육 시스템을 버리고 모든 직원을 모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을 택했다. 외주를 없애고 모두 중국 법인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 점도 이채롭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교세라 상하이 공장은 고객의 클레임이 5분의 1로 감소, 일본 공장을 역전했다.
◇교세라 경쟁력의 근간은 ‘아메바 경영’=교세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메바 경영’이다. 아메바 경영이란 회사의 조직을 소집단으로 나누고 이를 운영 및 관리하는 방법이다. 조직이 커지면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조직을 작은 단위로 나누면 실적 파악과 관리가 쉽다.
하나의 아메바는 보통 7-8인으로 이뤄지며 많게는 20명에 이를 경우도 있다. 각 아메바 진짜 아메바처럼 상황에 따라 통합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한다.
각 아메바는 매월 매출과 비용을 내용으로 하는 실적을 조사한다. 여기서 이익을 계산하고 다시 노동 시간으로 나눠 ‘시간 당 채산성’을 뽑아낸다. 더욱이 연간계획의 달성 정도를 매월 공표한다. 따라서 아메바는 매출을 최대로 올리고 비용을 최대로 억제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안을 강구해낸다.
아메바 간의 거래도 외부 기업과의 거래와 마찬가지로 확실히 파악할 수 있으며 감가상각도 당연히 계산된다. 각 아메바는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아메바의 리더는 일종의 사장 역할을 해야 한다. 직원은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게 된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매월 영업실적을 다음달 5일 정도면 파악할 수 있어 경영 지침을 발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아메바 경영과 함께 또 다른 교세라 경영의 특징은 현금 제일주의다. 교세라는 캐시 플로(Cash Flow)를 회계 상의 이익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지의 여부로 판단한다.
재무제표의 이익이 아무리 많아도 재고자산이나 설비투자를 억제해 나타난 결과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교세라는 이러한 회계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회계 방식은 최근 많은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지만 교세라는 창업 당시부터 이를 유지해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기술에는 해박했지만 경영이나 회계에는 문외한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아메바 경영이나 현금 중심 회계는 다른 회사를 보며 의문이 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원칙”이라며 “만일 경영이나 회계를 어중간하게 알아 선입견이 있었다면 찾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이념의 공유는 필수=교세라는 이나모리 명예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이를 계승한 경영진, 그리고 첨단 기술과 독특한 경영 방식 등 많은 경쟁 우위 요소를 갖고 있지만 또 하나의 비결은 모든 직원이 교세라 기업 이념을 철저히 공유하는 것이다.
이나모리 회장의 바통을 받은 이토 회장은 작년 4월 교세라의 질적 도약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서 이토 회장은 “많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창업자가 사망한 후 실적이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 중 일본의 무라타제약이나 미국의 존슨앤존슨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개 영업이익률이 1-2%에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이토 회장은 또 “창업 이후 100년이 넘고 창업자가 사망해도 높은 실적을 내는 기업의 공통점은 직원들이 얼마나 경영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 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이토 회장은 교세라의 경영 이념을 정리한 ‘교세라 필로소피 수첩’을 만들어 모든 직원에게 나눠줬다. 2002년부터는 직접 사원 연수에 참가해 경영 이념을 전파했다.
모든 제조업의 꿈인 불량률 제로 실현이나 매월 실적 평가에 피가 마르는 아메바 경영 등 교세라의 오늘은 만든 토대지만 만일 경영 이념의 공유가 없었다면 이뤄지기 힘든 목표라고 보인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과거 “내가 죽은 후 무언가 결단을 내릴 때에는 이나모리 회장이 살아 있다면 어떻게 말했을까를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토 회장 역시 “교세라의 경영 이념이 희박해질 때 교세라는 운명을 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세라 경쟁력의 또 다른 축, 인수합병
교세라의 성장을 이끌어낸 전략 가운데 하나는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다. 교세라는 적자기업을 인수해 흑자로 바꿔내는 마술같은 능력이 있다. 더욱이 인수한 업체는 기존 교세라의 사업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2000년 1월 인수한 복사기 업체 미타공업의 회생은 극적이다. 미타공업은 인수 당시 캐논이나 리코에 밀려 파산 일보직전이었다. 교세라는 3년 계획으로 회사 정상화에 착수,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그 방법은 2가지 상식을 깼기 때문이다. 우선 교세라는 미타공업을 인수한 이후 곧바로 교세라의 프린터 사업부와 통합했다. 복사기나 프린터 모두 기존 선도 업체와 정면 승부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 개발 과정이나 부품을 하나로 통일했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주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교세라는 복사기와 프린터 개발 및 제조를 통합, 무려 4배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끌어냈다. 지금도 교세라는 하나의 제조 라인에서 복사기와 프린터를 함께 만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카트리지 등 소모품으로 이익을 내던 기존 복사기 업체의 관행을 버린 것이다. 교세라는 수명이 매우 긴 드럼을 개발, 카트리지 교환 필요성을 없앴다. 고객은 유지비용이 훨씬 적은 미타공업의 복사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재 미타공업의 매출은 2100억엔에 영업이익률은 무려 18%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교세라 계열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1998년 8월 교세라는 연간 50억엔의 적자를 내고 있던 수정진동자 전문 업체 킨세키를 인수했다. 킨세키는 1897년 설립,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적자로 전락했다.
교세라는 이 회사를 인수한 후 당연한 수순으로 예성되던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대신 비용절감에 전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고 수동적이던 직원들은 점차 능동적으로 변했다. 결국 킨세키는 2004년 13억엔의 순이익을 내는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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