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인간존중의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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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중심 장르는 누가 뭐래도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30개국 이상에서 방영됐으며 ‘태왕사신기’의 경우는 90여개국 동시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준비중이라고 한다.

 아시아 각국 드라마 관계자들은 한국 드라마의 압박 속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한국 드라마의 이런 위세는 이제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드라마는 간혹 튀어나오는 한류 비관론을 잠재우며 세계 각국에서 상승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한류’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드라마는 처음에는 주로 트랜디 위주로 공급되다가 ‘명성황후’ ‘대장금’ 등이 방영되면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 94년부터 10년이 넘도록 중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는 이제 날마다 2억이 넘는 중국인이 보는 주류 문화가 됐으며 한국 드라마를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더욱더 심취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드라마 수용층의 심도와 폭을 확보하여 그 위상을 굳건히 한 것이다.

 최근 한국의 드라마 호조 현상 또한 한류의 밝은 앞날을 예측하게 한다. 높은 인기 속에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내 이름은 김삼순’과 그 뒤를 이어 선전이 예상되는 ‘장미빛 인생’ 또한 한류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변호사들’은 탄탄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진행, 개인의 삶을 사회 구조와 연결하는 문제의식으로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해신’을 이은 ‘불멸의 이순신’은 ‘대장금’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소재와 수법 면에서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드라마는 당분간 한류를 견인하는 소임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성공한 드라마가 외국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전례를 보면 한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근거 없는 낙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의 지속적인 성공 요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시청자의 수준 향상이고 또 하나는 이와 표리를 이루는 드라마 제작 수준의 향상이다. 이 둘 사이에는 인간 존중의 정신이 관통하고 있는데 최근 주목받은 이들 드라마 또한 인간 존중의 심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전 드라마보다 진전된 남녀평등, 인간평등의 모습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에서부터 사소한 언어표현에까지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화는 중국 시청자들도 감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남성에 의한 타자화와 외모지상주의를 거부하는 주체적 여주인공의 모습, 고뇌하는 영웅의 범인적 면모, 현실 속 일상생활의 노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간혹 아시아에서 한국 드라마의 성공을 타국의 문화가 유사한 문화권 속에서 쉽게 수용된다는 ‘문화적 근접성’ 논리로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멕시코·미국·중동·러시아 등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의 한국 드라마에 대한 호응은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아시아가 아닌 세계에서 수용되는 드라마의 힘은 바로 인간존중의 정신이라고 본다. 민주화와 한류의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류는 이제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의 문화가 되고 있다. 인류문화 발전을 위해서 문화 발신자로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가요·드라마·영화의 부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필요하고 한류를 경제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또 역한류를 염려하면서 한류를 확대하는 계획도 요청된다.

 그러나 이러한 각론과 실용론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가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존중의 정신이다. 인간존중을 구현하는 드라마는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역한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 중심의 가치관을 구현하는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지금, 한국 중심보다 인간 중심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것이 한류도 살리고 이에 따른 부수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전략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전체적인 지향은 타당하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은숙 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sooksun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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