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뜨겁게 태우며 땀방울을 송골송골 맺게 하던 빛 입자들은 이제는 그지없이 부드럽게 다가와 피부를 감미롭게 감싸안는다. 눈망울이 시리도록 청순하고 엷은 보라빛을 띤 입자들은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봄날에 내게 주었던 것처럼 그 정열의 에너지를 또 다시 깊숙이 전해준다. 우중충하고 지저분해 보이던 오래된 빌딩들이 가을 햇살을 머금어 환히 빛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슬프도록 깨끗한 가을. 밖을 내다보면 어릴 적 보았던, 검다 못해 푸르름을 띤, 소녀의 눈물 젖은 눈망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또 하나의 가을이 내 품에 서서히 안겨오고 있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좋아했던 가을이다. 길가에는 각양각색의 코스모스가 뽐내며 피어 있고 추수가 끝난 텅빈 들판에 아무 생각없이 서서 나의 황혼기는 지금 같을 거라고 좋아했던 가을.
인간이기에 외로울 수밖에 없고, 만남이 있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진리를 오늘도 부정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 많게만 느껴졌던 시간. 이제는 또 다시 마무리하고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가을은 너무도 아름답기에 모두에게 슬픈 계절인가보다.
출처: 뜬구름/blo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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