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캐릭터를 설명할 때 거론되는 사례는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나 산리오의 ‘헬로 키티’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이는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데 있어 필자가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토종 캐릭터를 앞세워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게 ‘마시마로’다. 한국에서 엽기토끼로 널리 알려진 마시마로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2000년 당시 대학생이 창작한 ‘마시마로’는 과거 해외로 많은 금액의 캐릭터 사용 로열티를 지급하기만 하던 한국을 세계 곳곳에서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나라로 변모시킨 주역이다. ‘마시마로’가 지난 4년간 벌어들인 로열티만 500만달러에 달한다.
‘마시마로’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해외에서 로열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산 캐릭터가 상당수다.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뿌까’와 ‘멍크’, 캐릭터 산업의 최강국인 일본에 진출한 웹툰 캐릭터 ‘마린블루스’, 각국에서 온라인 게임과 함께 캐릭터 사업도 성공리에 전개하고 있는 ‘라그나로크’ 등을 들 수 있다.
한 서적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산리오의 ‘헬로 키티’를 매수하고자 했던 일화가 있다. 이토록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캐릭터 산업은 과연 가능성 있는 산업분야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캐릭터 산업은 시장규모가 크다. ‘2003 대한민국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 규모는 1430억달러로 음악(322억달러), 게임(681억달러), 영화(668억달러), 애니메이션(750억달러)보다 월등히 크다. 주요 제조업(반도체 1422억달러, 휴대전화 637억달러)까지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국산 캐릭터 점유율은 여전히 3.1%에 불과하며 아직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국산 캐릭터가 장차 거두어들일 과실이 풍족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과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경험을 통해 풍부한 제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동남아 등의 캐릭터 상품 생산기지에 접근이 쉬워 캐릭터 상품 개발에 유리하다. 또 뛰어난 디자인 인력이 캐릭터 창작 및 캐릭터 상품 디자인에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처럼 경쟁력 있는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캐릭터 산업의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적극 펼쳐지고 있는 정부의 지원책과 끊임없는 관심이다. 특히 문화콘텐츠 산업 지원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캐릭터 산업 진흥을 위해 시장조사부터 제작, 해외진출 등 다방면에 걸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정부지원 체계는 일본·대만·중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캐릭터가 단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나 문구·팬시 용품에 적용되는 이미지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캐릭터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사회적 캠페인에 참가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앞장서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만화·애니메이션 등의 연관 산업에서 국내 시장의 왜곡된 산업 구조에서 수익 보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상상도 하지 못하던 곳에서 블루오션을 만들어내 세상을 즐겁고 풍요하게 하는 데 제 몫을 다해 나갈 것이다. 캐릭터 창작과 마케팅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또는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인재 및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더욱 많은 국산 캐릭터가 세계 시장에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준영 킴스라이센싱 대표/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부회장jykim@kimslicen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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