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퉁 피해 속수무책’ ‘황우석 교수 생명공학 기술 어떻게 보호받나’ ‘일본 기업과 특허권 분쟁’ ‘기술료 수지 적자 심각’. 최근 이런 제목을 가진 기사가 거의 매일 나올 정도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지식재산권제도는 창의력과 지적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에 독점권을 주어 보호함으로써 더욱 좋은 기술이 개발되고 그 결과 산업 발전을 이룬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식재산 중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권을 산업재산권이라고 하는데, 변리사는 이 분야의 업무·소송을 대리하는 전문가다. 산업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질이 검증된 변리사를 배출해야 발명자를 보호하고 지식재산이라는 핵심 역량을 쌓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변리사 배출 제도는 몇 가지 문제 때문에 자질이 확인된 변리사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선 변호사 자동 자격 부여 문제다. 변호사에게는 등록만 하면 변리사 자격이 주어지는데 변호사라고 해서 변리사 자격이 있다고 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변호사 중 사법시험, 연수원 이수 과목에서 변리사 시험 과목과 중복되는 것이 있다면 그 과목은 면제받더라도 시험을 통과한 자가 변리사가 되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아니면 최소한 일정 기간 연수를 거쳐 변리사 활동에 지장이 없는 자에게만 자격을 주어야 한다.
둘째, 특허 행정 경력자에게 주어지는 2차 과목 면제 부분이다. 심사관, 심판관으로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 해당 과목을 면제해 주는 것은 타당하다. 그런데 지금은 경력과 관계없이 상표 심사 경력이 있는 사람이면 특허법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게 돼 있어 불합리하다.
셋째, 시험 관리 주체 문제다. 현재 특허청에서 변리사 시험을 주관하는데 이제 특허청 공무원도 시험을 치러야 할 수험생 위치에 있다. 수험생이 있는 조직이 시험을 주관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쉽다. 특허청 조직과 독립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특허청 심사관은 산업재산권 심사를 맡고 있다. 심사관은 다른 정부 부처에서 전입하거나 심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특별 채용하는 방식으로 충원하고 있다.
특허 심사와 심판에는 전문성이 필수다. 전문성도 살리고 변리사 시험과 관련한 여러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행정직·기술직으로 되어 있는 공직에 특허직을 신설하고 변리사 시험을 공무원 채용 시험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자 중에서 심사관을 채용한다면 업무에도 적합하다. 이미 변리사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근무중 시험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시험을 주관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경력자에 대한 시험 과목 면제를 둘러싼 특혜 시비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특허청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특허청은 지난 8월 5일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자질이 검증된 변리사를 배출할 책무를 진 특허청은 변리사 배출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안을 마련했어야 할 텐데 이번 입법예고는 다소 엉뚱하다.
입법예고안은 ‘응시생이 적은 선택과목 정리’ ‘1차 선발 인원 축소’ 같은 기대에 걸맞은 조치를 포함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안은 없어 보인다. ‘특허청 경력자 정원 외 선발’이라는 조항 역시 특허청 출신이 아닌 변리사 지원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수급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으로 현재 매년 200명씩 변리사를 배출하고 있다. 이 수가 부족하면 선발 인원을 늘리면 될 일이다. 7000여명인 변호사에게는 자동으로 항상 변리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이번 개정안이 추진된다면 1000여명이라는 특허청 경력자가 정원 외 배출돼 수급 예측이 불가능한데 시험으로 정원을 선발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변리사의 자질은 발명자의 권익 보호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국제 분쟁에서는 국익과 연결된다. 미래 지식재산 역량의 한 축을 담당할 변리사 제도를 정립하는 차원에서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mail@patinf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