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15일 오후 6시, 서울 적십자 본사 2층에 위치한 KT 종합상황실에서 이산가족 영상상봉 종료 선언과 함께 부산·대구·광주 등 6개 상봉장으로 상황 종료 메시지가 전달됐다. 지난 7월 5일부터 영상상봉 기술지원 전담반을 구성해 하루 평균 45명, 연인원 2000여명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가 40일 만에 끝을 맺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40일간의 일정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6월 29일부터 4회에 걸쳐 개성에서 진행된 북측과의 기술 실무회의를 시작으로 7월 18일에는 분단 이후 60년 만에 최초로 문산·개성 간 남북 직통 광케이블 연결, 7월 30일 남북 광 전송망 및 IP망 개통, 8월 7일 남북 첫 영상통화 시험 등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고려했을 때 상상할 수도 없었던 많은 일이 합의되고 추진됐다.
무엇보다 이번 영상상봉의 소중한 성과는 영상상봉 통신망 구축을 위해 북측의 기술진과 공동작업을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오전 이산가족 영상상봉에 앞서 이루어진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장재언 북한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간 첫 영상통화에서 장 위원장의 연설이 3분 가량 중단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북측에서 이례적으로 신속히 핫라인을 통해 “누가 조명선을 건드려 일이 생겼는데 곧 복구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은 공동작업으로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신뢰의 소중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또 영상상봉 시스템 구축·운용을 책임지고 수행하면서 보람을 느낀 것은 영상상봉에 참여했거나 화면을 본 사람들이 화질과 음질에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으며, 8시간 동안 큰 문제없이 무사히 역사적인 영상상봉을 마쳤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영상상봉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추진된 것은 아니다. 광통신망을 연결하기까지 1년여 동안 개성에 수차례 드나들면서 북측의 조선체신회사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여야 했으며, 기본 합의서 체결에만 1년, 다시 세부사항을 담은 부속 합의서 체결에 3개월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영상상봉 통신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KT는 북측과 호환되는 전송장비를 구하기 위해 수소문 끝에 외국에서 겨우 구입하기도 했다. IP망과 영상연결 테스트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용어와 전송방식 및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테스트 중에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다소의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공동작업 과정에서 남북한 기술자들 사이에 이해와 신뢰감이 싹틀 수 있었고 서로 믿고 배려하는 진정한 남북 IT교류가 이뤄졌다. 이는 향후 남북 IT교류에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영상상봉을 위해 구축된 시스템 및 통신망은 향후 남북 간 교류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영상시스템은 이산가족 영상상봉용뿐만 아니라 당국자 간 회담시 기존의 직접대면 방식 또는 직통전화방식을 대체할 수 있으며, 사업자 간 업무협의시에도 유용할 것이다. 문산·개성 간 남북 광통신망은 원래 용도대로 개성공단 통신공급을 위해 사용될 것이며, 금강산 및 백두산 관광객들을 위한 직통전화 공급 그리고 평양 등 북한의 주요 도시에서 대북사업을 하고 있는 남측 기업가들에게 통신 편의를 제공하는 등 남북 교류의 기본 인프라로 이용될 것이다.
이처럼 8·15 이산가족 영상상봉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영상시험 때 나타났지만 장애 발생시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인한 대응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 남북한 기술자들이 상호 교차근무하며 신속한 대처방안을 찾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또 영상상봉을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제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애환을 다소나마 달래 주는 방안이 될 것이며 KT가 이번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구축한 영상시스템을 타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해 개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병주(KT 사업협력실 남북협력담당 상무) kkbj@k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