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 고집…부품명가 넘본다

 ‘수십년 외길 사업, 전문업체로 승부한다.’

 후세메닉스(대표 최록일)는 산업용 프레스기기 전문업체다. 지난 65년에 ‘후세기계’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후 줄곧 프레스 기계만을 생산해 왔다. 회사 창업자인 최록일 사장도 “지난 40년간 벽돌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찍어내는 기계라면 뭐든지 만들어 봤다”고 회고한다.

 벽돌 찍는 기계에서 출발한 이 회사가 지금은 반도체와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장비를 전세계 15개국 300여개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PCB용 진공 래미네이팅(vacuum laminating) 장비의 경우 지난해 국내 업체가 도입한 60여대의 신규 물량 가운데 90%가 후세메닉스 제품이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지난 40년간 ‘모방이 아닌 창조적 기술개발’만을 고집해 온 최 사장의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반도체 패키지용 골드 본딩와이어를 만드는 엠케이전자(대표 송기룡)도 지난 수십년간 금 가공 기술 하나로 첨단 반도체 소재 업체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 창업자인 강도원 전 회장은 지난 70년대, 가업으로 물려받은 금 도매 및 가공업을 하면서 금 정제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그는 독학으로 전해 방식의 금 정제 기술을 터득하고 83년에 미경사를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 서울 북가좌동의 주택에서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다 지난 86년에 용인 공장을 준공하면서 반도체 패키지용 골드 본딩와이어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지난 97년 사명을 지금의 엠케이전자로 변경한 이 회사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본딩와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45%를 차지하며 선도 업체로 발전했다. 또 본딩와이어 외에 절연 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스퍼터링 타깃·솔더볼 등 첨단 소재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창업자인 강도원 사장이 지난 2001년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일태 사장, 2004년 2월 지금의 송기룡 사장으로 CEO는 바뀌었지만 이 회사는 여전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지난 86년에 수도케미칼로 출발한 에스디씨(대표 우형종)도 20년 가까이 화학약품만을 고집해 왔다. 건축이나 과학실습용 일반 화학약품에서 시작해 산업용 특수약품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지금은 PCB 특수약품 전문업체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전처리 공정부터 노광 및 현상, 회로형성, 동도금, 박리, 외형 가공 등에 이르는 전체 PCB 제조 과정의 각종 금속 스트리퍼를 비롯해 다층기판 내층용 옥사이드, 전해 니켈 및 금도금 첨가제, 비질산계 솔더 박리제, 와이어 솔더용 비염소·비브로민계 플럭스 등 이 회사가 개발한 특수약품 종류만도 130여종에 달한다.

 우형종 사장은 “지난 20년간 국내 수많은 PCB 제조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보조를 맞추며 PCB 제조공정에 필요한 수백여종의 특수약품을 하나둘씩 개발, 국산화해 왔다”며 “국내 PCB산업 역사가 곧 에스디씨가 걸어온 길”이라고 강조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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