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협회 사업계획이 안나와서요….”
얼마전 게임산업개발원에 게임문화진흥사업 진척상황을 묻자 대뜸 이런 대답이 나왔다. 협회는 e스포츠협회를 말하는 것이었다.
2기 e스포츠협회는 벌써 출범 4개월이 다 되간다. 김신배 회장체제로 출범한 이후 새로운 조직 구성을 마친데 이어 얼마전에는 그럴듯한 새 사무실을 마련해 개소식까지 거창하게 치르는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e스포츠협회는 아직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가 문화부 정책에 따라 e스포츠 활성화 기반 구축을 통해 건전한 여가문화로 게임문화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나선 개발원의 발목까지 잡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물론 2기 협회가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나도록 두손을 놓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협회는 그동안 프로게임구단 간의 팀리그를 하나로 합친 통합리그를 출범시켜 성공리에 상반기 리그를 끝냈다. 또 그동안 맡아온 다양한 업무를 큰 무리 없이 잘 이끌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사업계획도 없이 눈앞에 닥친 현안에만 매달려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협회의 모습은 마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다. 더구나 협회가 아직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당초 협회에 대규모 기금을 쾌척키로 했던 임원사들 간에 지원 규모를 놓고 진행중인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씁쓸하다.
사업계획이라는 것은 예산이 먼저 정해져야 그에 맞춰 마련되는데 예산규모 자체가 불확실하니 계획안을 마련해 놓고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협회를 맡아서 좀 더 잘 운영해 보겠다며 회장에 출마한 대기업들이 이처럼 정작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순간이 되자 꽁무니를 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협회의 진로를 막고 있는 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하려해도 뒷맛이 쓰다.
e스포츠 팬들은 가끔 거액의 연봉을 받고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슬럼프를 겪는 선수를 가리켜 ‘먹튀’라고 비난한다. 자칫 이런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되면 선수가 아닌 구단주가 ‘먹튀’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르는 묘한 상황이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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