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디지털뉴미디어포럼에서 개최한 IPTV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IPTV사업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하여 여러 기관 관계자가 나와 각각 소속기관을 대변하고 지정토론자들도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날씨도 덥고 장소가 협소한 데다 참석자도 많아 토론장은 열기가 가득했는데 정작 시원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청중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어떤 50대 신사가 한마디했다. “열심히 잘 들어보았지만 지금까지 각기 자기 소속기관이나 회사, 유관기관 방침만 내세웠지 정작 IPTV를 보려고 하는 시청자나 국민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전혀 보이지 않아 유감스럽다. 시청자와 국민의 관심사는 규제를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매체 가운데 본인들이 선호하는 매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좋은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그리고 저렴하게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보고 싶다는 것이다. IPTV가 방송인지 통신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 모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전문가의 세련된 표현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시원한 이야기였다.
IPTV가 방송이냐 통신이냐는 시청자와 국민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과 국민을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관계 정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함께 모여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각자 소속기관의 이해관계만 따지거나 국무조정실의 통·방 융합 관련 기구가 구성되면 그때 가서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시청자와 국민에게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통·방 융합 서비스들이 개발되어도 시청자와 국민에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 불만과 비판은 고스란히 정부에 돌아간다. 관련 정부기관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정책 조율을 못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 전에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적극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인 BcN이 IPTV 때문에 늦어져서는 안 된다. BcN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가 발전될 수 있도록 새로운 융합서비스에 대한 개념 정의와 규제방안 그리고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최근 일본 총무성은 IPTV 지상파 재전송 허용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도 2002년 2월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브로드 밴드 서비스(IPTV)를 새로운 정보제공 서비스로 규정하고 인프라 투자 촉진, 브로드 밴드 사회의 조속한 실현을 목표로 원칙적 ‘비규제’ 자유화 정책을 천명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등은 이미 2003년 IPTV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접속 기술, 네트워크 기술, 동영상 압축 기술 등 관련 기술 발전이 가속되고 있다. 영국도 본격적으로 IPTV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술 상용화와 관련해 전세계에서 가장 앞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자 간 이해관계 충돌과 규제기관들의 정책조율 지연 등으로 뒷북을 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7월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 해결 사례에서처럼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상호 신뢰와 대화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통·방 융합 서비스에 대한 주요국의 동향과 규제 방향, 규제기구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통해 상호 간의 오해를 풀고 같은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도 줄여 나가야 한다. 또 방송의 공익성과 산업성 조화 문제, 통신과 방송 산업계의 상호공존을 위한 대안들도 제시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합리적인 중재자와 이해당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결코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확신한다.
21세기를 선도하는 선진국가로의 도약과 성숙한 민주사회로의 발전은 바로 통·방 융합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느냐가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세계 속에서 우리 모두 참여와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수만 정보통신부 장관정책보좌관 smchoi5004@m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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