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시대의 파시즘적 프로파간다(선전)를 연상시키는 ‘일방적인 메시지의 일방적 전달’로 구시대 매체로 무시되어 오던 홍보영화가 변하고 있다. 인터넷 발전 등으로 인한 매체환경 변화와 ‘기업에서 고객으로’라는 ‘마케팅 패러다임 시프트’에서 기인한다.
2001년 BMW의 ‘Hire’ 시리즈는 홍보영상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BMW를 주로 모는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겪게 되는 액션 가득한 상황을 다루는 극영화 형식의 이 시리즈는 기존 홍보영화에서는 필수요소라고 생각되던 회사·제품·CEO 소개 등의 정보를 완전히 배제했다. 기업홍보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단편오락영화라고 할 수 있는 완성도와 오락성을 자랑한다.
존 프랑켄하이머, 이안, 왕자웨이(王家衛), 토니 스콧, 가이 리치 등 쟁쟁한 감독들이 제작한 이 시리즈는 인터넷으로 공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계 각국 모터쇼 BWM 부스는 이 홍보영화를 담은 DVD를 얻기 위한 사람으로 붐볐다. 강제로 보게 만드는 홍보영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찾게 하는 강력한 홍보도구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이후 다른 회사도 이 기법을 모방하기에 이른다.
일본 미남 배우 4인이 출연해 화제가 된 도요타 IST 홍보영상은 ‘미디어믹스’를 정립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15초짜리로 편집된 짧은 영상을 TV광고로 쓰고 광고에는 잘 보이도록 웹사이트 주소를 명기한다. 소비자는 광고를 보고 본편을 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웹사이트로 이동한다. 웹사이트는 본편뿐 아니라 제품에 대해 사용자가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심도 있는 노출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싸이월드 캠페인이나 애니콜 뮤직비디오 등에서 이런 패턴을 활용한다. 2005년에 제작된 LG전자의 새로운 홍보영화 ‘Many Reasons Why Life’s Good’ 역시 마치 극영화처럼 전개된다. 제품 특장점을 늘어놓기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 줌으로써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홍보영화로 큰 상도 탔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파는 곳이기 이전에 ‘좋은 삶’을 파는 회사라는 것이다. 그것은 ‘만드는 사람 중심에서 보는 사람 중심으로’ 마케팅 권력이 변했음을 반영한다.
◆정성욱 LG애드 대리 swchung@lgad.l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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