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코오롱정보통신 AAP센터

 첨단 IT기업들의 줄 입주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는 구로디지털 단지. 빼곡히 들어선 고층 건물 사이 널찍한 2층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여기가 국내 시스템 물류의 상식이 파괴되고 있는 현장, 바로 코오롱정보통신 AAP센터다.

 코오롱정보통신은 지난 4월 한국IBM과 손잡고 IBM 서버를 부품으로 들여와 고객 주문을 받으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새로운 유통모델 AAP(Authorised Assembler Program: 공인인증 시스템 조립제도) 시대를 열었다.

 AAP센터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대형 시스템을 소위 박스(완제품)로 들여와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부품만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 공급하는 일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IBM과 코오롱정보통신의 시스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 관리에 대한 자신감과 두 회사 간의 신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센터 현장을 총괄하고 있는 코오롱정보통신 박종근 이사의 얼굴에도 활력이 넘쳐난다.

 AAP센터는 가동 3개월을 넘어서면서 더욱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AAP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비행기로 제품을 공급받다보니 고객이 실제 제품을 받아보는 데 한달 이상 걸렸습니다. 이제 코오롱정보통신은 AAP센터를 통해 최소 3일, 늦어도 일주일 내에 고객에게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AAP센터는 단순히 유통 체제를 바꾼 것이 아니라 21세기가 요구하는 실시간 경영, 속도 경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혁신은 의외로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AAP센터 규모가 400평에 달하지만, 상근 직원은 총괄 책임자와 엔지니어, 관리 직원 모두 합해 7명에 불과하다.

 ‘띡띡, 띡띡’

 고객 주문이 들어오자, 한 직원이 창고에서 부품 반출을 위해 부품의 바코드를 일일이 읽기 시작했다. 레이저 바코드 판독기 소리가 AAP센터에서 나는 꽤 큰 소리 중 하나일 정도다.

 박 이사는 “이렇게 부품의 AAP센터 입고에서 조립, 고객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이 기록되기 때문에 부품 이력이 끝까지 추적된다”면서 “고객 사이트에 공급된 서버 종류뿐만 아니라, 각 서버의 부품까지도 일일이 기록되기 때문에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 구매 후 주문과 서비스에도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공정은 물론이고 완제품 이력과 재고는 모두 오라클 ERP를 통해 자동 관리된다.

 부품 반출 입력이 끝나면 본격적인 조립 공정에 들어간다. 시스템을 조립하는 엔지니어들은 정전기 제거 과정을 꼭 거친다. 민감한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 한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2시간이다. 반면, 조립이 완성된 제품을 테스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당 12번의 각기 다른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데 소요 시간은 시스템 사양과 테스트 평가 결과에 따라 적게는 8시간, 많게는 20시간 정도다. 기본 구성이 제대로 됐는지부터 부품별로 하드웨어 이상 유무까지 별도의 시스템을 통해 점검하게 된다.

 “조립 자체도 중요하지만, 완성된 시스템을 면밀히 테스트하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가장 까다로운 이 과정이 시스템의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AAP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의 부연 설명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 있다. 덕분에 지난 3달간 AAP센터를 통해 공급한 서버에 대한 고객 불만은 단 한 건도 없었다.

 AAP센터 운영은 IBM으로부터 한번 인증받았다고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기마다 3가지 각기 다른 국제 품질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 한 항목이라도 결격 사유가 생기면 개선될 때까지 서버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코오롱정보통신 서버 담당 이석준 부장은 “이달 중순이면 재고물량이 완전히 소진되기 때문에 센터 내 박스는 완전히 사라지고 100% 주문 생산체제로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정말로 박스가 없어지는 것이냐”고 되물었을 때 이 부장은 “당연히 그렇다”며 미소를 띠고 AAP센터에 마련된 고객 센터(Customer Area)로 안내했다. 코오롱정보통신은 단순히 서버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받으면 바로 쓸 수 있도록 각종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향후에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고객 사이트와 연결, 공급할 서버에서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전 테스트하거나 고객 소프트웨어를 원격 설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객에게 많은 가치를 돌려주는 것, 그래서 회사과 고객이 함께 윈윈하는 것이 혁신이라는 경영지침을 AAP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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