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지금 정부가 할 일

요즘 투자 부진이 쟁점이다. 정부와 재계는 그 원인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네 탓’ 공방전으로 비쳐질 정도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규제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변명에 불과하고 기업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 등 의지부족 때문이라는 견해다. 투자 부진이 기업 탓이라는 얘기다.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생각하면 우리 경제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풀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꼬여버릴지 모른다는 우려감마저 든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경제 주체인 기업과 정부가 합심을 해도 지금의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소비 부진, 고유가, 환율 불안 등 대내외적인 경제 악재도 산적해 있다. 성장률 하락의 핵심 요인인 설비투자 부진이 장기간 지속돼 앞으로 세계 경쟁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투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판이다.

 그런 데도 정부는, 그것도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 수장은 지금의 투자 부진을 기업 탓으로 단정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경제 수장의 말이 완전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다.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많은 기업이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수익모델 부재가 우리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본 기업들도 동일하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지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마땅하다.

 경제 수장은 재계의 건의와 요구 대상이다. 재계의 요구만 듣고 해결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수장으로서 정부와 재계 간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평소 소감을 솔직히 밝힐 필요가 있다. 또 재계 요구 가운데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을 대하는 인식이 문제다.

 경제 수장이 투자부진과 관련해 최근 연이어 내뱉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다. 경제 수장의 발언 요체는 기업들이 더는 정부에 건의할 생각 같은 것은 하지말고 수익모델 개발 등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이제 기업에 대해 말문을 닫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은 경영 애로가 있으면 그 문제가 풀릴 때까지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한다. 재계의 규제 완화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에도 정부에 출자규제 문제 등 똑같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건의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는 했지만 지난 연말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사안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일상적인 규제 완화 요구를 정부가 이제는 변명쯤으로 생각하고 묵살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한 기업들은 투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정부가 진정으로 기업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정책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발벗고 나서서 기업을 도와주는 일이다. 기업이 찾지 못하는 수익모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정부의 할 일이다. 그것이 투자를 살리는 길이다.

 정책당국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한국경제의 문제가 뭔지 정말로 냉정하게 따져봤으면 한다. 관리들이 환난 당시 ‘관리가 잘해야 나라가 산다’ 는 명언을 다시 한 번 새겨봤으면 한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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