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아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한·중 과학기술공동위원회’ 참석차 쉬관화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이 방한했을 때의 일화다.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주요 의제로 양국 과학기술정책 수장이 어렵게 만난 이날 회의는 오후 4시에 시작해 만찬으로 이어졌다. 우리 측 의장이었던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주최한 만찬에서 양국 과학기술 고위 관계자들은 회의 때의 딱딱한 주제를 털고 문화와 역사를 소재로 한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오 부총리가 쉬관화 부장에게 한국의 독특한 대중문화인 ‘찜질방’을 설명하며 이참에 중국 대표단을 자신의 단골 찜질방으로 초대하겠다는 즉석 제안을 꺼냈다. 그리고 그날 밤 쉬관화 부장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의 찜질방을 가보고 난 뒤 감탄사를 연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고 한다.
부총리의 ‘계획된(?)’ 임기응변은 크나큰 성공을 거뒀다. 다음날 대전 대덕특구에서 다시 만난 한·중 양국 대표단의 얼굴에는 친밀감이 가득했고 연구소의 시설을 둘러보는 일정에서도 쉬관화 부장 일행은 적극적인 태도로 이것저것 터놓고 질문하며 전날보다 구체화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헤어질 때는 쉬관화 부장이 오 부총리의 두 손을 잡고 “다음번에 중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오 부총리가 외교 사절들을 ‘소탈하게’ 접대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존 마버거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이 한국에 왔을 때 오 부총리는 여독에 지친 그를 전통 발마사지 숍으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백발의 한국 관료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벽안의 이국인에게도 깊은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다.
‘인지상정’의 정서는 동서고금 어디서나 통하기 마련이다. 회의 석상에서 몇 마디 화려한 외교적 수사나 거북스러울 만치 요란한 향응보다는 ‘내가 당신을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마음이 느껴지게 하는 태도가 제대로 된 외교가 아닐까 싶다.
경제과학부·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