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컴퓨터 교육이 과연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은지 살펴보자.
우선 컴퓨터 보급 면에서 학교에 보급된 총 150만대 이상의 컴퓨터 중 멀티미디어 자료를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펜티엄 4 이상의 PC는 33.6%에 불과하다. PC당 학생수도 펜티엄4 이상 PC만 본다면 22.7명, 중학교의 경우 35.4명, 인문계 고등학교는 37.0명이다. 이는 협동학습에서 하나의 그룹이 보통 5∼6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 교과과정도 문제다. 컴퓨터 과정은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이다. 올 4월 현재 컴퓨터 과목을 선택한 학교는 중학교 80%, 인문계 고등학교는 72%다.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중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20%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28%에 달한다.
컴퓨터가 선택과목이다 보니 상급학교로 올라오기 전에 배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에 차이가 크다. 교사는 학생 간의 개인차를 고려하여 기초부터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일부 학생은 컴퓨터 과목에서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수업 내용이 컴퓨터 활용 중심으로 편성돼 과목의 전문성이 없고 학생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내용을 가르친다는 비난도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대학교 입시에도 반영되지 않고 기자재가 필요한 컴퓨터 과목은 가능하면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고 싶어한다. 또 다른 과목과 달리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수업이라기보다는 노는 과목으로 경시하는 풍조가 나타난다. 그러나 학생들은 실제 컴퓨터 활용 측면에서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고 있다. 성인도 응용 소프트웨어 활용을 상당기간 배워야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학생들의 컴퓨터 활용 교육 경시 풍조는 제대로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편견이다.
따라서 실용 위주의 활용 교육과 전문성을 위한 이론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이제 IT 활용 위주의 교육과정에 컴퓨터 과학 이론도 포함해 문제 해결능력이나 논리력을 키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급 현황은 어떠한가. 2005년도 교육인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정보·컴퓨터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는 전국적으로 1778명이다. 이는 부전공 자격 연수를 받고 정보·컴퓨터 교사 자격증을 받은 교사를 포함하는 수치다. 자료상으로만 본다면 정보·컴퓨터 교사의 수는 현재 상황에서 크게 부족하지 않은 듯하다. 중학교의 경우 컴퓨터 과목을 선택한 학급은 1만4599개로 교사 일인당 평균 주 18시간을 가르친다고 보면 811명의 교사가 필요하다. 중학교 근무 자격증 보유 교사는 748명으로 교사 수급률이 92%에 이른다고 볼 수 있어 8% 정도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학교 수 대비 교사 수로 비교해 본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전국의 중학교 중 컴퓨터 과목을 선택한 학교가 2309개인데, 중학교에 재직중인 컴퓨터 교사는 748명으로 학교당 교사 1명 배정이 안 되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 담당 교사는 순환제 교사로 채용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컴퓨터 과목 교사의 업무량도 문제다. 소도시의 경우 수업 시간이 너무 적어 교사를 순환제로 공급받는다. 그에 비해 대도시의 컴퓨터 교사는 과도한 수업 시간에 시달린다. 이들 컴퓨터 교사는 일반적으로 과도한 업무 때문에 담임을 맡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컴퓨터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 외에 서버 관리나 네트워크, 홈페이지 관리 등의 일을 수행하는데 과중한 학내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컴퓨터 교사들은 수업에 20%의 시간과 노력을 쓰는 반면, 학교 업무에 80%를 사용한다.
현재 초·중·고등학교는 컴퓨터 교육에 관하여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컴퓨터 교육에도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에 IT의 기초와 더불어 활용을 제시해야 하고, 학생들과 이러한 내용을 창조적으로 학습해 나갈 수 있는 전문성 있는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최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나 IT강국 탈환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독립 필수과목으로 제공하고 IT 활용과 함께 전문적인 내용을 가르치며 이를 대학 입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미래에도 IT 강국 한국의 모습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옥화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ohlee@chungb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