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제가 할 얘기를 강신호 회장님께서 다 해 주셨네요. 보시다시피 대한민국은 기업과 정부가 하나 돼 일하고 있습니다.”
28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전경련 제주 서머포럼’에서 강신호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기조강연차 등장한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첫 번째 코멘트였다. 그의 이 한마디는 행사장을 찾은 전세계 21개국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며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강 회장의 개회사는 정부가 시장경제 원칙을 준수하고, 규제 개혁을 완화해야 하며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행사장을 찾은 이는 누구든지 ‘정말 대한민국은 민·관이 하나 돼 움직이는구나’라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기조강연을 끝내고 예정에 없던 기자실을 찾은 한 부총리는 ‘확’ 바뀌었다.
한 부총리는 “기업들이 모이면 비합리적인 사람들에게 데모하듯이 (정부에) 얘기한다”며 “정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과도한 표현과 요구를 한다”고 재계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예로 들며 “출총제의 경우 이미 여론수렴을 통해 충분히 천명한 내용인데 그것의 완화를 아직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 자료에서도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의 대답 중에 ‘출총제’가 들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기에 “전경련이 성명서를 내면 ‘뻔하다’라고 하면 되겠느냐”는 말까지 덧붙였다.
한 부총리의 간담회 내용을 들으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더욱이 작년 초 재정경제부가 재계와의 상설대화 창구 마련을 위해 국장급 인사를 전경련에 파견했다가 최근 복귀시킨 마당이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민·관·학 모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 부총리의 기조강연 첫마디처럼 서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좀더 허심탄회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서귀포=경제과학부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