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년부터 98년까지 3년간 동양카드를 경영,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기에 회사를 더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생명부문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고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생각에 98년 동양생명 대표이사를 수락했다.
98년 12월 28일, 동양생명 대표이사로 부임하자마자 경영정상화 작업을 단행해 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후순위 차입 및 증자와 외자유치 등으로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만드는 수순을 밟아나갔다. 그 과정에서 태평양생명 인수작업이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된 일로 기억이 된다. 당시 동양생명은 태평양 생명 인수를 하기 위해 정부와 투자자를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특히 회사의 운명이 달려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인 윌버 로스와의 만남이 있었다.
당시 투자에 관심을 보인 윌버 로스와 MOU를 교환했지만 실제 계약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윌버 로스는 정부기관에 약속한 계약관련 자료제출 마감시한을 불과 두시간 남겨두고 몇 가지 요구조건을 걸며 마지막 사인을 미루고 있었다.
계약을 망설이고 있는 윌버 로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믿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렇다”고 말하는 윌버 로스의 태도에 과감하게 담판을 짓기로 결단을 내렸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요구하는 세가지 조건에서 한가지를 내가 양보하겠지만 나를 믿고 두가지는 양보해달라”는 거침없는 나의 모습에 신뢰를 얻은 윌버 로스는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햄버거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며 500억원의 외자유치를 위한 계약을 성사시킨 그 순간은 아직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태평양생명과 함께 퇴출대상기업에 올랐던 동양생명을 회생시켜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고 태평양 생명을 인수함으로써 동양생명을 지금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었던 사건 하나하나에 나의 땀과 노력이 담겨있다.
동양생명 대표이사 재임시 ‘수호천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됐다. 동양생명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설계사들이 항상 ‘초코파이’를 설명하고 동양생명을 소개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있었다.
동양카드 대표이사 재직시 ‘아멕스 카드’ 브랜드 파워를 깨달았고 당시 보험시장을 장악했던 빅3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고객의 행복을 지켜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브랜드를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수호천사’ 브랜드는 고객 요구와 절묘하게 결합돼 ‘수호천사’하면 회사 이미지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보험업계 빅3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꿇리지 않을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고 지금 생각해도 동양생명 대표이사 재임시절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된다.
뿐만 아니라 회사 홍보를 위한 광고 모델로 등장,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다. 치열한 광고시장에서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CEO 스스로 이름과 얼굴을 걸고 광고를 하는 게 고객 신뢰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해서 CEO인 내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결정했고 전략은 적중했다. 광고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돼 방송사 저녁 9시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으니 광고 효과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호천사’ 브랜드를 만들고 광고모델로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다가서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고 고마워할 때마다 CEO로서 힘겹게 내린 결단의 순간 순간들이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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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2년 동양생명 대표이사 재임때 수호천사 대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